서울 지역 전셋값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에서 한 시민이 가격이 많이 오른 부동산 시세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는 매매와 달리 거의 전부가 실수요자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가 23일 ‘전세 안정 종합대책’을 꺼내든 것은 최근 전세시장 불안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올 들어 공급 부족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전셋값 급등은 강남에서 밀려난 전세 수요자들이 서울 강북과 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이번 전세대책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단기적으로 전셋값 급등에 따라 고통을 겪는 무주택 서민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1~2인 가구용 도시형 생활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 등의 공급을 확대해 ‘전세 품귀’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수도권을 북동·북서·남동·남서 권역으로 나눠 정기적으로 입주예정 물량을 발표하기로 했다. 수급 불안심리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주택공사에 설치된 ‘전·월세 지원센터’를 확대해 세입자에 대한 대출·법률·입주 정보 제공도 강화한다.
◆1~2인용 주택 늘린다=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나 “아파트는 짓는 데 오래 걸리지만 도심 역세권 등에 짓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짧게는 6개월에도 지을 수 있다”며 “공급주기를 단축하는 게 전셋값을 잡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의 말처럼 국토부의 이번 대책은 단지형 다세대, 원룸·기숙사형 등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확대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우선 이들 주택을 지을 때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건설자금을 싼 이자로 국민주택기금에서 빌릴 수 있게 된다. 단지형 다세대는 가구당 5000만원, 원룸·기숙사형은 ㎡당 80만원이 한도다. 구체적인 금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차장·진입도로 설치 기준도 대폭 완화된다. 주차장은 확보 기준이 현재의 ‘가구당’에서 ‘전용면적당’으로 바뀐다. 연면적 660㎡ 이하의 원룸·기숙사형 주택을 지을 때는 진입도로 폭이 종전의 6m에서 4m로 줄어든다. 상업지역에서는 같은 건물 안에 아파트와 도시형 생활주택을 함께 짓는 것이 가능해진다.
◆주거용 오피스텔 확대=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형 오피스텔도 바닥 난방을 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현재는 60㎡ 이하만 허용된다. 온돌에 익숙한 한국식 주거 문화에선 ‘바닥 난방=주거용’이란 등식이 성립한다. 하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을 늘릴 경우 과세 형평성 등 각종 논란이 커지고 투기 우려도 생길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 전셋값을 잡기 위한 고육책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의 지원 대상도 확대된다. 수도권 국민임대주택의 공급·입주 예정 시기는 1~2개월씩 앞당겨진다.
김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