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정의 어린이 진료실] 7세 딸 가슴 불룩하면 성조숙증 검사 해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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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의 키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상담 중 많은 부분이 키 또는 사춘기 이차 성징이 일찍 나타나는 것에 대한 우려다. 유아·유치원 연령부터 또래보다 작은 편일 경우 검사를 원하는 부모가 많다. 최근에는 키가 작은 할머니가 친손녀에게 할아버지 몰래 적지 않은 비용을 대며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히고 있는 사례도 있다.

실제 유아 시절부터 체형이 가늘고 작은 아이도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이 원인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드물고 작은 키는 대부분 유전에서 온다. 소아기 4세까지 성장 속도는 1년에 7㎝, 이후에는 1년에 4∼6㎝ 크는 게 정상이다. 나머지는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조절된다. 여아가 남아에 비해 사춘기 전엔 2년 정도 빠르게 성장한다. 따라서 소아과를 방문해 신장·체중의 성장곡선을 검사하는 게 중요하다. 1년에 몇㎝ 크고, 뼈 나이가 얼마인지 측정해 보자.

사춘기가 시작되는 나이는 여아에선 평균 10세, 남아는 12세로 알려져 있다. 성조숙증은 2차 성징이 여아에선 만 8세 이전, 남아에선 만 9세 이전에 시작되는 것을 말한다. 여아의 사춘기는 유방 발달에서 시작한다. 약 15%에서 음모가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남아의 사춘기는 고환이 커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세로 길이 2.5㎝ 이상, 고환 용적 3~4mL 이상이면 사춘기가 시작됐다고 본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성선기관이 조기에 활성화되는 진성 성조숙증, 원인을 모르는 특발성, 이 밖에도 종양이나 신경계 이상 등 무수히 많다. 성조숙증 치료는 사춘기의 증상을 기초로 해서 결정한다.

그러나 사춘기의 조기 시작과 정상 발달의 경계에 있고, 치료를 하지 않으면 저신장이 될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도 성조숙증의 치료 여부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검사 결과, 성조숙증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 합당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진성 성조숙증은 약물요법으로 치료한다. 매달 28일 피하에 약물을 주입하는 주사제, 매 3개월 한 번씩 주사하는 지속형 디포제제도 있다.

권희정 권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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