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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남녀 차별금지법' 실효성 있는 첫 조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한해는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의 수난을 여성들이 더 많이 겪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공동발의한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은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남녀차별을 금지한다는 선언은 많았으나 실효성이 있는 조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남녀차별 및 성희롱 피해자는 여성특별위원회 소속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 남녀차별사항 시정신청을 할 수 있고 신청을 받은 위원회는 상담 및 조사, 남녀차별 여부 결정, 위법.부당한 남녀차별에 대한 시정권고, 시정명령 및 고발을 할 수 있다.

즉 준사법적인 권한이 부여돼 있어 법집행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유는 여성특별위원회가 대통령 자문기구이므로 남녀차별개선위원회를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특위는 여성정책 전담부서로서 합의제 행정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행정자치부 법제처에서도 해석이 내려진 상태다.

따라서 이를 빌미로 법 제정을 미루는 것은 차별받는 여성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

또한 성희롱 조항이 여러 법에 중복돼 이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인데 남녀고용평등법의 직장내 성희롱 예방조항은 사업주의 예방의무를 강조한 것이고 남녀차별금지법은 공공기관 및 사업장의 종사자가 성희롱을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에 법 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여성들이 법을 알도록 홍보해야 한다.

여성들도 남녀차별을 당하거나 성희롱을 당할 때 이 법에 의거, 시정 신청을 해 실효성을 스스로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남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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