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분조정 양보 못한다'현대 강경입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간 통합법인 설립 문제가 결국 새해로 넘겨졌다. 현대와 LG측은 지난해 12월 29일 경영진이 만나 협상을 벌인 이후 30, 31일 이틀간 일체의 접촉도 않은 채 서로의 입장만 내세웠다.

특히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인 박세용 (朴世勇) 회장은 31일 반도체 통합문제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LG가 기존 합의안을 이행할 것" 을 촉구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반도체 빅딜이 자국의 경쟁법 (독점금지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 朴회장은 이날 "지난해 12월 7일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서 총수들이 연대 서명한 합의문에 따라 7대3의 지분비율로 통합법인을 설립키로 한 원칙을 준수해야 된다" 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전략적 제휴나 6대4로의 비율조정, 보상 빅딜 등은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 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측은 "합의문에 따른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기관인 아서 디 리틀 (ADL) 의 보고서를 수용할 수 없어 재평가해야 한다는 입장" 이라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에 의한 실사가 전제된다면 협의에 응할 수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의 이같은 주장과 달리 새해 들어 전경련의 중재 협상이 본격화하면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 朴회장도 "협상을 위한 공식회동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이에 대해 LG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오는 4~5일께 양사의 책임자가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할 것" 이라고 말해 물밑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양사의 반도체 통합과 관련, 미국이 자국내 독점금지법의 위배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이 커 앞으로 한.미간 통상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최근 내놓은 '중장기 통상정책' 자료를 통해 "반도체 빅딜이 이뤄지면 국내 경쟁기업의 수는 줄어드는 대신 세계시장 점유율이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커 앞으로 이 분야에서 통상문제가 심각해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특히 반도체 빅딜이 이뤄지면 미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통합법인이 경쟁법 규정에 따라 미 법무부 등에 합병.자산변경 등에 대한 신고를 해야 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김시래.홍병기.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