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정확대냐 감세냐로 다툴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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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하느냐, 아니면 감세(減稅)를 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를 헤쳐나가기 위해 여야가 제시한 해법은 다르지만 오랜만에 정치권이 경제살리기의 절박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정부도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경기 부양을 위한 적자 재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얼마 전 "중기적으로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경기 움직임에 대응해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재정 지출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단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우리는 동의한다. 재정 확대냐, 감세냐의 방법론은 선택의 문제다. 재정 확대에 대해선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정부가 과연 적절한 곳에 제대로 돈을 투입해 경제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감세의 경우 세금을 덜 걷어 국민에게 소비할 여력을 만들어 주고 기업에는 투자할 돈을 만들어 준다는 것인데 그 효력은 더디다는 게 흠이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어 정답이 이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보다 중요한 점은 성장 잠재력이 낮아지기 전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마련하는 것이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이러한 경기 부양책이 큰 후유증을 낳았던 적도 있다. 시점을 잘못 택한 부양책 때문에 경기 과열을 불러오고 경기 순환의 진폭만 키웠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수출마저 주춤해질 조짐을 보이면서 내년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지금은 침체된 경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될 시점이다.

이와 함께 현 경제난국의 가장 큰 원인이 '경제주체들의 불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기부양책은 단기 자극제에 불과할 뿐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는 근본 처방이 없으면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