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 안에서 나오는 역사왜곡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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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의 유명한 문학평론가인 주다커가 최근 5년간 중국의 역사학계가 벌인 중국 고대사의 '하.상.주 시대구분 공정' 작업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만큼 중국의 역사왜곡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주다커는 이 작업이 중국 문명의 한족 중심론을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과거 황제를 위해 벌인 사관들의 맹목적 충성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대표급 지성이 정치적 목표가 담긴 의도적 왜곡임을 공개적으로 고발한 것이다.

당과 정부가 한목소리만 내는 중국의 풍토에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직언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진실을 지키려는 주다커야말로 참용기를 지닌 지식인이다. 우리는 중국 내 이런 양심적 지식인이 비단 주다커 한 명에 그친다고 보지 않는다. 적지 않은 역사학자들이 동북공정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고구려사 왜곡에 당혹하고, 학자적 양심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무리하게 역사를 고쳐쓰려 해서는 안 된다는 자국 내 지식인의 목소리를 뼈아프게 경청해야 한다. 역사는 결코 변질될 수 없다. 수없이 많은 유물과 기록들이 과거사를 증명하고 있다. 고구려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고구려를 중국의 일부로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기'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 주권'과 '영토 주권'은 엄연히 다르다. 옛 고구려의 영토를 현실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해서 역사까지 마음대로 지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중국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고구려사 왜곡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한국민의 분노는 커져갈 수밖에 없다. 역사 분쟁의 갈등을 마감하는 몫은 중국에 있다. 인접국으로 다방면에 걸쳐 깊은 유대를 맺고 있는 양국이 한시바삐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역사 분쟁은 중국에도 한국에도 결코 득이 아니다. 동남아 국가들이 역사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관련국들이 공동으로 역사교과서를 제작해볼 만하다. 나치 이후 유럽은 공동 역사교과서로 교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