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이비리그 등록금 버블 숙명 따라 붕괴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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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 30면

미국 경제가 침체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등록금은 비싸다. 특히 하버드 등 동부 명문 사립대학을 뜻하는 아이비리그의 등록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하버드와 예일대학의 2009~2010년 등록금은 각각 3만3696달러(4380만원)와 3만6500달러(4745만원)다. 기숙사비와 책값, 용돈까지 감안하면 1년 학비가 5만~6만 달러에 이른다.

주립대학의 등록금은 얼마나 될까. 주마다 다르다. 와이오밍주는 연간 3651달러(474만원) 수준이다. 가장 비싼 뉴저지가 1만522달러(1367만원)이고, 버몬트와 일리노이는 1만 달러 선이다. 주립대학 평균치는 6762달러(879만원)로 조사됐다. 엄청난 차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다. 아이비리그는 해마다 등록금을 인상해 왔다. 어떤 해는 10% 이상을 올리기도 했다.

아이비리그가 졸업한 뒤 그만큼 값을 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US뉴스&월드리포트 등 유명 매체들이 대학 랭킹을 매기며 졸업생들의 연봉 수준을 소개한다. 아이비리그 졸업자들은 하나같이 고액 연봉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미 보스턴대 로런스 코틀리코프(경제학) 교수는 “시사 잡지 등이 발표하는 대학 랭킹을 바탕으로 그 대학을 졸업한 뒤 벌 수 있는 소득을 추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랭킹에 나와 있는 연봉은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이 받는 실제 연봉보다 터무니없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코틀리코프 교수는 “많은 학생이 학자금을 대출받아 대학교를 다닌다”며 “아이비리그 학생 가운데 10만 달러 이상 빚을 지고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졸업 후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소득이 줄어드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지 않은 학생들은 또 다른 빚을 지기 십상이다. 신용카드 부채다. 적잖은 학생들이 신용카드를 쓰다 엄청난 빚을 떠안고 졸업하곤 한다. 신용카드 채무가 많은 학생은 취업도 힘들다. 기업들이 지원자의 신용도를 조사하면서 신용카드 빚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비리그 등록금은 기대 수익을 정확하게 따지지 않고 일단 베팅하고 보는 판돈인 셈이다.

대학 등록금은 수요(신입생+재학생)와 졸업 뒤 기대 소득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많은 미국 가정이 주택담보대출 등 빚에 찌들고 있다. 경기 침체 때문에 가계 소득도 줄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립대학 연합회인 전미독립대학협회(NAICU)가 최근 회원 대학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33%가 내년에 학생들이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해 자퇴하는 경우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대학이 파는 서비스의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다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이 최악이다. 내 주변에는 올여름 대학을 졸업했지만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한 사람이 여럿 있다. 그들은 좋은 대학에서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한 인재들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학생이 1년간 졸업을 미루고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실상이 이렇다면 버블화된 아이리비그 등록금은 내려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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