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장기 침체 중국이 겪게될 수도 5~6% 저성장 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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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 28면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 경제가 1987년 이후 일본처럼 버블과 장기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2007년 3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경제포럼에 참석했을 때 모습.

“요즘 중국을 보면 1987년 일본이 떠오른다.”
베이징(北京)대의 광화관리학원(光華管理學院) 마이클 페티스(금융) 교수가 요즘 중국 경제를 두고 한 말이다. 8년째 중국에서 금융 이론을 가르치고 있는 파란 눈의 경제학자는 중앙SUNDAY와 전화통화에서 인사를 마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본이 그해 10월 글로벌 주가 폭락(블랙먼데이)에 대응해 돈을 마구 풀었듯이 중국도 통화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란 눈의 중국 전문가’ 베이징대 마이클 페티스 교수

-일본은 버블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의 통화 공급은 자산 가격뿐 아니라 경제도 과열시켰다. 현재 중국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투자·생산이 정상 수준 이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소비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불균형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 상황에서 경기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이 점도 87년 이후 일본과 아주 비슷하다.”

중국은 지난해 내년 말까지 4조 위안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은행 대출 규제도 대폭 풀었다. 그 결과 올 상반기에만 6조 위안 이상이 풀렸다. 페티스 교수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보다 대출금 폭증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이 중국 정부의 대응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가.
“일본도 87년 세계 경제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산업 경쟁력이 당시 최고였다. 일본은 그 시절 최대 채권국이었다. 도쿄의 자금력이 뉴욕보다 크다는 얘기도 나왔다. ‘일본이 앞장서 경기를 부양해야 세계 경제가 회복한다’고 미국·영국·독일 정부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관계자들이 목소리를 키웠다. 요즘 그들은 중국에 대해 비슷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 구조가 서방과 다르다는 주장이 있다.
“내가 기억하기론 80년대 일본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경제 구조가 다르고 정부 재정도 튼튼해 단기간에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불황이 10년 넘게 이어졌고 일본 정부의 재정 상태는 미국보다 더 나쁜 꼴이 됐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87년 10월 2만1000 선까지 급락한 뒤 일본 정부의 통화 확대정책에 힘입어 88년 초부터 상승했다. 89년 12월에는 3만8900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90년 추락하기 시작했다. 실물경제도 주가와 함께 주저앉아 10년 동안 침체가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경제를 살린다며 빚으로 조달한 돈을 마구 투입했다. 공공 부문 빚이 국내총생산(GDP)보다 2.3배 많다. 재정 건전성이 주요 국가들 가운데 최악이다.

-일본처럼 중국도 장기 불황을 겪을까.
“나는 중국이 장기 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본다. 붐이 꺼지면 생산-소비, 내수-수출, 산업-금융 사이에 있는 모든 불균형이 다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이번 거품이 붕괴하면 중국 경제 성장률이 오랜 기간 5~7%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본다.”

-그 정도면 중국 기준으론 지독한 침체다.
“중국은 연간 8% 이상 성장해야 한다. 7% 이하로 떨어지면 침체라고 봐야 한다. 중국 경제가 5~6% 정도 성장한다면 심각한 침체다.”

-일본보다 더 심할 수 있다는 얘긴가.
“나는 그렇게 본다. 일본이 87년 이후 통화 팽창으로 공급한 돈보다 중국이 지금 풀고 있는 돈이 훨씬 많다. 거품이 더 크게 부풀어 오를 가능성이 크다. 거품이 무너졌을 때 충격도 더 심각할 것이다.”

페티스 교수는 지난해 8월 중앙SU- NDAY와 인터뷰에서 중국 주식을 2007년 9월에 다 팔아 주가 폭락을 피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최근 중국 정부의 대출 억제 움직임 때문에 급등락을 되풀이하고 있는 중국 주가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사이 중국 주식은 좀 샀는가.
“사지 않았다. 중국 주가는 전형적인 단기 유동성 랠리를 경험했다. 이런 랠리는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가는 실물경제 흐름을 따라 약세를 보일
것이다.”



WHO?
페티스는 1981년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84년에는 같은 대학에서 MBA를 마친 뒤 월스트리트에 뛰어들어 트레이더로 일했다. 나중에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와 크레디트스위스 등에서 임원이 됐다. 중국 대학들이 금융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그를 대학교수로 초빙했다. 페티스는 2002~2004년 중국 칭화(淸華)대에서 금융을 가르쳤고 지금은 베이징대에 적을 두고 있다. 개인 블로그 ‘차이나파이낸셜마켓(mpettis.com)’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국영 연구소 학자나 금융회사 분석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중국 경제를 논평하는 편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등이 중국 경제를 알고 싶을 때 찾는 인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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