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첫 문학박사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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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현직 경찰 간부가 전시(戰時)소설 연구로 경찰 창설 이래 처음으로 문학 박사가 된다.

서울경찰청 제4기동대장을 맡고 있는 성동민(53)총경은 '남북한 전시소설 연구'란 논문이 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20일 동국대 학위수여식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성 총경의 논문은 한국전쟁 때 발간됐거나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남북한의 전시소설을 비교한 내용이다. 유형별로 남북한에서 각각 4개의 작품을 선정한 뒤 이들 작품의 스토리 등을 비교분석했다.

그는 "북한 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워 애를 많이 먹었다"며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전시소설 대부분이 국민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전시 논리를 펼친 작품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그동안의 연구가 남한의 전시소설만을 다뤘던 것과는 달리 남북한 작품을 같이 분석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심사 교수들은 "앞으로 학계의 연구에 큰 참고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연세대 국문과 출신으로 경찰청 공보계장을 거치는 등 공보 쪽에서 오래 일해온 성 총경은 경찰 생활 중인 1980년 '시대문학' 희곡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82년부터 3년간 TV 드라마 '전우'의 작가로 활동했으며, 87년 남북 이데올로기를 다룬 시나리오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도 등단했다. 그는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다시 들어갈 정도로 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성 총경은 16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경찰문인회 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글을 사랑하는 경찰이 많아지면 '문화 경찰'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조직 문화도 더욱 부드럽고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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