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은'사막의 주름'같다-獨물리학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머잖아 새해를 맞아 귀향.귀경길에 오를 때 온 식구가 물리학 실험을 해보자. 실험실은 가다 서다 하는 것을 반복하는 고속도로가 최적. 해마다 명절 때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교통체증. 오도가도 못하는 데야 짜증나기는 물리학자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들에겐 한편으로 교통체증만큼 멋진 연구 주제도 많지 않다.

사실 고속도로에서 교통체증의 원인은 물리학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 중간 중간 교차로에서 진입하는 차가 늘면 도로는 꽉 막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한번 더 따져보면 아리송해진다. 교차로에서 끼어 드는 차들이 속도를 떨어뜨린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막힐 수 있나 하고 반문하면 답이 궁색해진다.

독일 다이믈러벤츠연구소 물리학자들은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고속도로의 교통자료를 분석한 결과 개개의 차들이 마치 물리학에서 입자와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자 그렇다면 휙휙 뚫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는 어떤 존재일까. 답은 기체 속의 입자. 따라서 차들의 밀도가 낮을 경우 옆 차선의 차가 끼어 들어도 속도가 크게 줄지 않는다.

그러나 차들이 서서히 증가하면 기체 속의 입자는 어느새 액체.고체 속의 입자로 변하고 만다. 차량 한대 한대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 속의 입자가 되는 것. 따라서 앞 뒤 차의 움직임이 서로 보조를 맞춰 한덩치로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입자간에 의존성이 높아지고 닮아 가게 되는 것. 물리학에서는 이를 '동기화'라고 부른다.

이렇게 동기화가 되면 앞차의 운전자가 카세트 테이프를 바꿔 끼느라 줄어든 속도가 잠깐만에 멀리 떨어진 뒤 차까지 영향을 준다. 이런 동기화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교차로 부근. 그러나 교차로를 벗어나면 이런 동기화가 덜 뚜렷해 고속도로 전체적으로 보면 일정한 간격을 갖고 가다 서다 하는 것을 반복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벤츠연구소의 물리학자들은 이런 반복이 모래 바람에 의해 일정한 주름을 갖는 사막의 언덕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한다.

김창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