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탁구선수 왕타오 TV 드라마에 주인공 출연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99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택수 (金擇洙)가 제일 상대하기 싫어하는 중국선수는?. 세계1위인 쿵링후이 (孔令輝) 도, 2위인 류궈량 (劉國梁) 도 아니다.

왼손잡이 괴짜선수인 왕타오 (王濤)가 바로 그 주인공. 키도 작고 배가 나와도 한참 나와 운동선수로 여기는 사람들이 드물다.

그러나 독기어린 승부근성과 이질적인 왼손 플레이로 90년대 초중반 중국남자탁구를 세계정상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이젠 TV드라마에 출연하는 괴짜 행동으로 중국인들을 또한번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이미 촬영에 들어간 TV드라마의 제목은 '내 아들 왕타오' . 왕타오의 아버지 왕스쥔 (王世俊) 이 지난 96년 왕타오의 성장과 세계챔피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재로 쓴 장편 '내 아들 왕타오' 를 TV드라마로 옮긴 것이다.

왕타오가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된 동기는 마땅한 대역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1m65㎝에 못미칠 작은 키, 중년 남자를 연상시키는 불쑥 나온 배, 되는 대로 깎은 듯한 스포츠형 머리, 왼손잡이, 그러나 탁구만큼은 세계 최정상인 그런 인물로 비슷한 배우를 찾을 수가 없어 왕타오가 직접 나서는 것이다.

아내역으론 중국국가대표출신인 실제 아내 관화 (關華)가 직접 출연한다.

관화는 왕타오와 함께 대표였지만 대표팀내 선수들간의 연애를 금지하는 방침에 따라 89년 대표를 스스로 포기, 일본행을 택했던 비운의 인물이다.

첫회분 촬영을 마친 왕타오는 '나의 과거 탁구성적에 95점을 매긴다면 촬영점수 또한 95점 정도 되는 것 같다' 고 자평, 폭소를 자아냈다.

95점으로 세계의 '녹색 테이블' 을 평정했던 그가 이젠 세계정상급의 연기로 중국의 안방극장을 정복하겠다는 야심만만한 도전장을 내놓은 셈으로 중국의 숱한 미남배우들을 잔뜩 긴장 (?) 시키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