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여덟 쌍둥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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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83년 11월 영국 리버풀의 한 병원에서 여아 여섯 쌍둥이가 태어났을 때 세계의 의학계는 그 확률을 따져보느라 분주했다.

남녀가 섞인 여섯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약 1백억분의 1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의학계가 내린 결론은 1천30억분의 1이었다.

물론 이것은 임신해서 출산할 확률이며, 이들이 모두 살아남을 확률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그 여섯 쌍둥이는 지금 모두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여러쌍둥이가 태어났을 때 실제로 사람들이 갖는 관심은 몇 명을 임신해서 몇 명을 낳았느냐에 쏠리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서 몇 명이 살아남았느냐에 쏠린다.

단지 임신만의 기록으로는 71년 배란 (排卵) 촉진제를 사용했다가 여아 10명과 남아 5명 등 무려 15명을 임신했던 이탈리아의 30대 여성이 단연 으뜸이다.

이 비극적인 태아 (胎兒) 들은 제왕절개수술에 의해 모두 사산 (死産) 됐다.

다태 (多胎) 임신과 다산 (多産) 의 경우가 모두 20세기 이후에 집중돼 있음은 그것이 과학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음을 입증한다.

순전히 배란한 난자와 수정된 정자의 예기치 못한 결합으로 쌍둥이가 되는 경우도 적지는 않지만 배란촉진제의 사용이 다태임신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1백40명의 임신부중 1명이 둘 이상의 쌍둥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7명부터 10명까지의 출산기록도 여럿 있지만 모두 혹은 일부가 사산됐거나 태어나자마자 죽었고, 전원이 살아 있는 경우는 지난해 11월 미국 아이오와주의 20대 여성에게서 태어난 일곱 쌍둥이뿐이다.

이들 일곱 쌍둥이는 정상적인 발육상태를 보이며 지난달 첫돌을 맞아 여성잡지 레이디스 홈 저널의 표지 모델로 등장해 건강을 과시했다.

일부의사들은 여성이 한꺼번에 낳아서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쌍둥이의 숫자를 10명까지로 본다.

그래선지 일곱 쌍둥이의 기록은 엊그제 미국 텍사스주의 20대 여성이 여덟 쌍둥이를 성공적으로 출산함으로써 불과 1년만에 깨졌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기록만의 문제겠는가.

기록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홉 쌍둥이, 열 쌍둥이를 기다리겠지만 의도적인 것일 수는 없으니 당사자들에겐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태어난 이상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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