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위원의 인기 비결은 감독인 양 호통쳤더니 … 뜨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이순철(48·사진) MBC ESPN 해설위원이 해설계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1985년 프로에 데뷔해 그해 신인상을 수상한 이 위원은 90년대까지 해태의 전성시대를 이끈 스타 선수 출신이다. 이후 삼성 코치-LG 감독을 거쳐 2007년 해설자로 전업했다. 그는 “현장의 시각이 담긴, 깊이 있는 해설을 하고 싶었다”며 마이크를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 위원의 해설은 ‘호통’이 많다. 그래서 ‘호통 해설’이라는 말도 따라 다닌다.

“생각을 좀 하고 뛰어야죠” “감독의 용병술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등 치밀한 분석과 날선 비판은 선후배를 가리지 않았다. 이전의 만담식 해설에 익숙했던 야구팬들은 신선한 충격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 위원에게는 ‘비난계의 거성’이란 별명이 붙었다. 인터넷에서는 이 위원의 이런 해설을 소재로 한 패러디물이 여럿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건 절대 아니다. 선수들이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내가 비판한 선수의 팬들이 가끔 항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그 선수를 위한 비판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감독 출신이기 때문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내가 틀리거나 몰랐던 부분이 있다면 선수들이 찾아와서 따져도 좋다. 난 사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 투수 손민한은 2007년 LG전에서 호투한 뒤 “이순철 위원님의 해설을 들으며 LG 타자들의 약점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책 한 권 분량의 분석자료보다는 이 위원의 말이 더 많은 도움과 영감을 줬다”는 것이다. 롯데 팬들은 열광했고, LG 팬들은 서운해했다.

이 위원은 “그런 말을 들으면 섬뜩할 때도 있다. 그래서 요즘엔 특정 선수의 약점을 지나치게 파헤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내 해설의 방향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점점 수준이 높아지는 야구팬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나도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할 말은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