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서 바둑을 두어 천하의 자웅을 가린다”는 봉황고성 대결. 29일 중국에서 열리는 이 대국에서 한국 1위 이세돌 9단과 중국 1위 구리 9단이 바둑을 두면 우렁찬 북소리와 함께 흑백의 도복을 입은 무동들이 바둑알이 되어 판 위로 날아든다. 사진은 2005년 이창호 9단 대 창하오 9단 대회 때의 모습. [사이버 오로 제공]
◆현재의 최강자 =한국 1위 이세돌 9단과 중국 1위 구리(古力) 9단이 29일 중국 후난성의 남방 장성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봉황고성에서 맞붙는다. ‘기행대지 천하봉황(棋行大地 天下鳳凰)’이란 슬로건 그대로 대지에서 바둑을 두어 천하의 자웅을 가린다. 나이는 26세 동갑. 총 18번 싸워 전적은 9승9패. 그야말로 팽팽한 실력이고 천하에 짝을 찾기 힘든 라이벌이다. 쌍방 한국바둑과 중국바둑을 상징하는 대표기사이기에 비록 이벤트지만 결코 물러설 수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언론 인터뷰에서 서로를 칭찬하며 철저히 칼을 감췄다.
구리 9단은 “우리는 기풍이 아주 비슷하고 감각도 예민하다. 그러나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있어 이세돌을 쫓아갈 수 없어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겸손을 드러냈고, 이세돌 9단도 “구리는 국제시합에선 항시 나를 이겼다. 현재 구리의 실력은 나보다 강하다”며 자신을 낮췄다. 중국에선 “이세돌 9단이 한 달여 바둑돌을 만져보지 못했다”며 구리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봉황고성배는 두 기사가 착점할 때마다 우렁찬 북소리와 함께 소림사 무동들이 바둑알이 되어 성 위에 펼쳐진 대형 바둑판 위로 날아가는 특이한 대회다. 이 대회를 위해 100쌍의 바둑 가족이 초청되었고 봉황아가씨 선발대회도 함께 열린다. 제한시간은 50분 타임아웃제. 승자 5만 달러, 패자 3만 달러.
20세 동갑인 한·중 신예 최강자 강동윤 9단左과 천야오예 9단이 한·중 천원전에서 미래의 최강자를 가린다.
한국의 천원 강동윤 9단은 얼마 전 후지쓰배 세계선수권을 제패하며 천재의 본색을 드러냈다. 한국 랭킹은 이세돌-이창호에 이어 3위. 중국의 천원 천야오예는 이미 3년 전 LG배 세계기전에서 준우승하는 등 한 발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 랭킹은 구리에 이어 2위. 18일 중국 장쑤성 퉁리에서 벌어진 1국은 천야오예의 흑 1집반승. 20일의 2국은 강동원의 흑 불계승. 3국은 21일.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