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위기속의 방콕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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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봉주 선수의 마라톤 우승과 함께 방콕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사상 유례없는 경제난 속에서 우리 선수들은 땀 흘려 노력했다. 전과는 달리 별로 주목도 받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의 일치된 정신과 노력이 합쳐져 종합 2위라는 쾌거를 올렸다.

참가 선수들과 임원.코칭스태프의 분투를 치하하면서 우리 모두 시름과 좌절 속에서 일어나 힘을 모아 노력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얻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준비에서부터 경기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어려운 고비를 많이 넘겼다. 태릉선수촌 예산이 경제위기 이후 20%나 삭감됐다. 여기에 기업이나 단체장이 후원했던 후원금마저 종래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도산으로 소속팀마저 없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출발 전 선수단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종합 2위는 어렵다는 비관적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밖으로 선전분투였다. 어려운 때일수록 분발해 국민들에게 뭔가 희망을 줘야겠다는 선수.임원들간의 정신력과 단합의 결과라고 본다.

종합 2위 자체도 값지지만 선수들의 위기극복 노력과 단합된 정신의 결과를 우리는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종합 2위를 되찾은 데는 뜻밖의 유망주들이 두각을 나타낸 데 힘입은 바가 크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럭비 15인제의 우승은 인기와 경제적 후원만이 엘리트 체육 양성의 기본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역도 김학봉의 세계신기록 수립도 선수 자신의 뼈를 깎는 외로운 노력의 결과였다. 유도의 유성연과 임정숙, 레슬링의 문의제.심권호, 수영의 조희연, 펜싱의 양뢰성, 사격의 김정미 등이 2년 뒤 시드니올림픽을 주름잡을 새로운 별로 떠올랐다.

그러나 아직도 기초종목에서는 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육상과 수영에서 라이벌 중국과 일본에 비한다면 너무 먼 수준차를 보이고 있다. 금메달 75개가 걸린 두 종목에서 5개의 금메달을 땄다면 기초 스포츠 분야의 후진성을 여전히 드러내는 우리 실정이다.

기초 스포츠분야는 사회.생활체육과 긴밀한 관련성을 지닌다. 메달만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사회.생활체육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정부 차원의 관심 제고와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지구 절반의 40억 인구가 참여하는 아시아 전지역의 스포츠 축제가 아시안게임이다. 우리로서는 4년후의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이 축제의 성공적 거행을 위해 준비하는 노력이 지금부터 필요하다.

경제난국 속에 좋은 성적을 올려 국민에게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 우리 선수단에 다시 한번 치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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