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행씨,故이경재신부 일대기 연말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생각하고 살다 가신 분이다. 아니 이경재신부님이야말로 그리스도의 투영체였다. 이 추운 계절 나환우들을 예수님같이 돌봤던 신부님의 사랑이 절실하게 그리워진다."

지난 5월11일 72세로 선종 (善終) 한 '나환우들의 대부' 이경재(李庚宰) 신부의 일대기가 올해 안에 출간된다. 20여년간 이신부를 지켜보며 라자로 운영위원으로 나환우들을 돌보아온 드라마 작가 곽인행 (郭忍行)씨는 이신부 일대기를 탈고, '이경재신부님' 이란 단행본으로 곧 도서출판 오두막에서 펴내게 된다.

"신부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환우들에 대한 염려를 놓지 않을실 정도로 나환우들을 죽도록 사랑하신 분이다. 그 분은 모두가 등돌린 나환우들을 '작은 예수님들' 이라 부르며 예수님처럼 간절하게 섬겼다."

1951년 사제서품을 받은 이신부는 이듬해인 52년 성라자로마을 초대원장이 되면서부터 임종시까지 나환우들을 위해 살다 갔다. 경기도 의왕시 몰악산 기슭 움막 속에서 살아가던 나환우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손발이 돼주고 그들의 말(言)이 돼주었다.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주었고 인권을 되찾아주었다. 그들의 영육(靈肉)이 함께 치유받을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한 이신부의 숭고한 사랑이 다시 일대기로 되살아나게 된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들 사랑의 씨앗은 싹트리라' 고 말씀하시던 이신부의 숭고한 사랑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 사회는 계속 정화되는 것이다. 그분의 숭고한 뜻은 계속 살아남아 지금도 4만여명의 '라자로돕기회' 회원들이 매달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런 사랑이 우리 사회를 썩지않게 하는 힘이다."

'에바다' '절규' '별을 쫓는 야생화' 등 의식 있는 방송대작을 써온 곽씨는 이 일대기를 마치 이신부가 나환우 섬기는 심정으로 썼다한다. 김수환 추기경도 이 일대기의 발문을 통해 이신부의 사랑의 사회적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지금처럼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신부님이 보여주신 순수한 열정과 집중력을 배울 수만 있다면 실타래처럼 얽힌 산적한 난제를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신부님은 떠나셨지만 남겨놓으신 사랑은 영속할 것이고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분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