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대 석주선민속박물관 '북한지방의 전통복식'전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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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그 옛날 북한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분단 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머릿 속에 자리잡은 북한 사람들의 옷차림은 고정관념에 가깝게 돼버렸다.

"칙칙한 색의 인민복이나…흰 저고리에 까만 광목 치마 아닙니까?" 물론 체제가 다르고 관점이 다르니 현재 남북한의 패션을 수평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전통복식에 한해서는 얘기가 다르다.

단국대학교 석주선민속박물관 (02 - 709 - 2187) 박성실 관장의 말을 빌면 "북한은 전통패션의 본고장" 이다.

이는 현재 열리고 있는 '북한지방의 전통복식' 전을 준비한 지난 4개월 동안 얻은 결론이라고 한다.

이 전시회는 혼례복.혼례용 댕기.난모류 (머리를 따뜻하게 감싸는 모자).장신구및 침구류 등 분단 이전 북한복식이 최초로 소개되는 자리. 대부분 이북5도청을 통해 접촉한 실향민들로부터 고증을 받아 재현했다.

드물게는 함흥지방 원삼을 난리통에도 피난 짐에 싸가지고 온 주금란 (80) 씨 같은 이가 있어 유물 제공을 받기도 했다.

가장 지방색이 많이 드러나는 것이 혼례복. 개성 원삼은 남한 것과 비교해 소매 길이가 짧다.

끝도 빨간단을 대 마무리한 게 특징이다.

대신 한삼으로 손을 가린다.

평안도 지방에서 신부가 두르는 고이댕기는 검은 천에 화려한 색실로 수를 놓았다.

공단에 진주를 박은 멋스러운 개성 진주댕기도 있다.

추운 기후 탓에 발달한 복식은 방한복과 굴레 (어린이용 모자) .누비바지는 속옷임에도 청.홍 비단으로 허리장식을 달 정도로 호사스럽다.

민속연구가 양의숙씨가 제공한 아홉가닥 굴레는 시인 김광균씨가 백일 때 쓰던 것. 서울의 세가닥 굴레와 비교해 훨씬 보온성이 높다.

개성에는 굴레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자료사진을 보면 빨래하는 아낙네들도 칠보 귀걸이를 끼고 있어요. 평양에선 고된 시집살이 좀 시원하게 풀어지라고 치마는 항상 날아갈 듯한 청.홍색 여름천으로 해입었대요. 개성 신부 머리장식은 색.크기면에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

이렇듯 '북한 특유의 멋스러움' 이 가득한 전통복식이 실향민의 희미한 기억으로만 남은 채 세월만 흐르는 게 아쉬워 자리를 마련했다.

박관장 자신이 "지금도 어머니가 혼례 치를 때 사진이 남아있다" 는, 평양이 고향인 실향민이기도 하다.

전시는 내년 1월30일까지 이어진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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