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학 문제 안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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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보물이 숨겨져 있는 암호문을 발견했으나 해석할 수 없었다. 친구인 영희가 건네준 코드표를 활용해 보물이 숨겨진 곳을 찾아라.'

2005학년도 서울시내 6개 외국어고의 일반전형 구술.면접에는 논리와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항이 출제된다. 수학과 과학 관련 내용은 제외된다.

서울시내 6개 외국어고 교감들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2005학년도 신입생 선발 일반전형 계획에 합의했다.

시험문제는 6개 외국어고 교사들이 함께 출제해 문제은행식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구술.면접 시험에 낼 문항과 개수, 배점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6개 외고는 ▶인문학적 소양과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력과 사고력을 평가하고 ▶중학교 3년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면 답변할 수 있으며 ▶수학과 과학 문제는 제외하고 ▶우리말로 듣고 우리말로 답하는 문항으로 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험 문항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각 학교의 교사들로 구성된 출제위원단이 개발한다. 출제 예시 문항은 각 외고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정현 한영외고 교무부장은 "중학교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적성검사 형태의 문제를 출제해 사고력이 부족한 학생을 걸러내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학과 과학 등의 지필고사 성격이 강했던 구술.면접 시험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반전형에서 구술.면접 고사와 함께 실시되는 영어듣기 평가는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시험을 치른다. 학교마다 다양한 선발기준을 적용하는 특별전형도 학교 자체적으로 출제한 구술.면접 문항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김일형 대원외고 교감은 "학교마다 구술.면접 방식이 다양해 학생들의 학업부담이 큰 데다 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에 몰린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공동출제를 통해 사교육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중3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수학과 과학에 대한 부담은 덜겠지만 적성검사 형태의 문항을 어떻게 준비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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