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중복투자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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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하철.전철.고속철.민자철 (民資鐵) 철길이 몇십m에서 몇백m 사이를 두고 같은 구간에 지상과 지하로 겹쳐서 놓인다.

중복투자에 따른 자원낭비도 문제지만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 서울 서부지역의 간선교통망은 2002년 월드컵 기간을 포함해 장기간 혼잡이 불가피하다.

완공 후에는 또 소음.분진.진동 등의 공해지역화 우려도 크다.

문제의 지역은 서울 서북부 서울역~수색 구간. 서울시가 6호선 지하철 공사를 한창 벌이고 있는 이 구간에 철도청은 경의선 전철을 지상에 새로 놓기로 하고 실시설계중이다.

또 건설교통부는 민자를 유치해 신공항철도를 지하에 건설할 계획으로 사업자를 고르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고속철도건설공단은 서울역 위쪽으로 고속철도 회송선을 건설하고 있고 한강 건너편엔 서울시가 지하철9호선 노선을 그어 놓았다.

이같은 상황은 부처마다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때문인데 중복.낭비투자로 수익성이 극히 불투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의선 (용산~수색) 은 현재 화물열차만 하루 7회 운행되는 단선철도. 평면교차로 6개를 포함, 모두 19곳에서 도로와 교차하는 이 노선을 철도청은 2006년까지 역이 7개나 되는 완행 복선전철로 개량한다는 계획이나 이는 2000년에 완공될 지하철 6호선과 완전한 중복투자다.

경의선 밑을 통과할 신공항철도도 지하철 5, 6, 9호선과 기능이 겹친다.

김포공항은 이미 지하철 5호선이 강북도심.여의도.영등포지역을 연결하고 있고, 수색~서울역간은 앞으로 6호선 지하철.경의선 전철이 연결되는데 신공항철도가 또 들어설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신공항철도 건설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민자사업단은 "수요가 예측치의 절반도 안될 것" 이라며 정부에 1조7천억원의 재정보조를 요구했고, 지하로 계획된 노선을 지상으로 변경해줄 것도 요청해 경의선과 노선조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공사기간도 문제다.

공덕동 로터리의 경우 지하철 5호선.6호선.경의선 전철.신공항철도 등 4개 철도역이 번갈아 들어서며 90년부터 2007년까지 계속 땅파기가 진행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정부차원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교부는 최근 신공항철도를 9호선과 직결해 강남지역 수요를 분담하려는 조정을 시도했으나 서울시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시는 9호선.신공항철도가 운행방향이 다르고, 교류.직류 겸용차량이 필요하며, 일부 노선을 변경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며 반대했고, 오히려 건교부가 용산~강남구간 (13㎞, 8천억원) 을 건교부가 추가로 건설해 줄 것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때문에 당장 민자유치 협상을 벌여야 할 철도청만 "직결이든 환승이든 결론을 내달라" 며 애를 태우지만, 건교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계속 엉거주춤한 상태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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