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뒷거래시장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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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길거리 등에서 음성적으로 할인판매되는 백화점이나 구두 상품권 등이 물량도 줄고 값도 오르는 등 '상품권 장외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몇달전 자금사정이 극도로 어려울 때만 해도 급전이 필요한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액면가의 50~60% 수준으로 덤핑업자에게 넘겨 현금화 (속칭 카드깡) 해왔는데, 최근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서 이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 이에 따라 서울 명동 등지의 일부 사채업자나 구두가게와 노점상 등에서 취급하는 백화점 상품권 물량이 크게 달리면서 가격도 껑충 뛰고 있다.

롯데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액면가 10만원짜리가 할인시장에서 8만9천원에 팔렸으나 최근에는 9만6천~9만7천원으로 치솟았다. 액면가보다 최소한 1만원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던 것이 최근에는 3천~4천원으로 격차가 좁아진 셈이다.

신세계.현대.미도파백화점 상품권도 지난해 8만5천~8만7천원하다가 최근에는 9만3천~9만4천원으로 7천~8천원씩 올랐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상품권을 신용카드로 구입하는 고객을 엄격히 규제하는 탓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시중 자금사정이 그만큼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해석하면서 "액면가와 별 차이가 없다 보니 이런 물건을 찾는 고객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카드깡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올초부터 1인당 한도를 정한 이후 여러차례에 걸쳐 구입하는 고객도 있었으나 요즘은 신용카드로 수십만~수백만원 어치를 구입해 덤핑으로 급전을 마련하려는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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