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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본 한국방송]1.방송사 '각개전투' 안통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지난 10~12일 싱가포르 선텍 시티에서 열린 '밉 - 아시아 (MIP - ASIA) 98' .40여개국 3백여 업체가 참가한 국제 TV프로그램 시장이다.

각국의 방송 수준을 가늠하는 무대에 우리 방송사들도 올랐다.

여기에서 노출된 적지 않은 문제점들. 한국방송의 세계속 현주소와 지향점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초라했다.

한국방송의 존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행사장 전면을 현란하게 막아선 중국.싱가포르.태국TV들. 천장은 온통 NHK.TBS.NTV 같은 일본방송사의 로고였다.

안쪽으로 들어서도 프랑스.스페인 부스가 강렬할 뿐 우리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첫 이유는 방송3사가 각기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기 때문. MBC는 행사장 왼쪽, KBS는 오른쪽, SBS는 중간쯤에 '숨어' 있었다.

KBS부스가 그나마 화려했지만 바로 앞에 있는 태국에 압도당했다.

그들은 10여 업체가 공동공간을 꾸민 것. 경쟁국들이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사이 우리는 각개전투를 벌였다.

왜 따로 나섰을까. 문화관광부 박민권 서기관의 얘기. "몇년 전에도 방송3사가 함께 전시하는 문제를 논의했지요. 거의 합의가 이뤄진 것 같았는데, 각사 사정이 있다며 결렬됐습니다. "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합의를 이뤘을까. 태국 M.O.M사 프라파시리 말라쿨 (48) 과장은 "우리도 국내에선 치열한 경쟁을 한다" 며 "하지만 국제시장에선 서로 돕는 것이 비용.국가 이미지 측면에서 유리한 것 아니냐" 고 했다.

싱가포르.중국.프랑스.스페인 등 많은 나라들이 공동부스를 만들었다.

물론 같은 나라 방송사들이 따로 나선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그러나 일본 방송사들의 외양은 우리와 비교가 안됐다.

일본을 백화점에 비유하면 우리는 동네 슈퍼쯤. '밉 - 아시아' 가 주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방송사간 선점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시장의 이미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행사 중 완전한 계약이 이뤄지는 일은 드물다.

대개는 시간을 두고 지속적 접촉을 통해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시장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향후 판매망 구축이 쉬워진다.

협력을 가로막는 다른 장벽은 방송3사 사이에 별다른 개성이 없다는 점. 엇비슷한 드라마.다큐를 내놓았으니 자연히 상대방을 의식하게 된다.

방송사간 특징이 선명하면 이 고민은 줄어든다.

많은 외국 전문가들이 "한국 프로는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경쟁력이 없어보인다" 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까닭. 박서기관은 "내년부터는 반드시 공동부스를 설치하도록 정부도 나설 생각" 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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