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년 경기진작에 유념할 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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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2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당정협의' 에서 정부는 99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거기에는 경기진작.구조개혁.실업대책과 노사협력.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 등 네가지 중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네가지 가운데서 가장 긴요하고 긴급한 것은 아무래도 경기진작이다.

정부도 그렇게 꼽고 있다.

세계경제가 심각한 디플레이션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세계적으로 수요침체와 생산과잉이 점점 노정 (露呈) 되고 있다.

석유를 비롯한 기초 원자재 가격과 이자율의 심각한 하락은 이것을 반영한 것이다.

이들의 하락을 반가워하기에 앞서 하락의 원인이 범세계적 경기후퇴 조짐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점을 먼저 우려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수출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수출이 잘 되지 않고는 경기진작이 당장 애로에 부닥친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위기극복을 위해 안정된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는 열쇠도 결국 수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가치의 급등으로 말미암아 연말 수출 상담의 무산 (霧散) 이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있다.

경기진작의 가장 중요한 전략 가운데 하나는 수출촉진을 위해 원화를 다소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소비 및 투자촉진을 통해 내수를 확대시키려고 노력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비해 관련 정책선택의 강도는 아직 매우 미흡해 보인다.

여기에는 더 크고 더 광범한 조세인하와 규제완화가 요구된다.

민간투자 촉진과 관련해서는 과잉설비가 지탄받고 있는 판인지라 설비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건설투자, 그것도 주택투자의 활성화가 가장 기대할 만하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거래와 건축에 관련된 조세와 규제를 전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예컨대 집이 한 채 있는 사람은 오래 보유해야 양도세가 면제되고 두 채 이상을 가진 사람은 빨리 처분해야 면제되는 것과 같은 논리적으로 궁색한 정책을 확실하게 걷어 내야 한다.

비록 양도소득세 등 소득세의 명목을 붙인 것이라도 과감하게 거래비용을 낮추겠다는 의지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그 실시를 보류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유동성의 확대를 통해 금리를 낮추고 국내총생산 (GDP) 의 5%에 해당하는 재정적자를 지겠다는 것도 민간투자 촉진.정부투자재원 마련.사회 안전망 유지를 위해 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풀어서는 안 될 규제도 있다.

건물의 높이제한 일시 해제 등 경기진작 효과는 작은 반면 환경과 도시계획상 폐해가 크고 오래갈 것은 풀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유념할 것은 내년 경기에 관한 과잉 낙관에 대한 경계심이다.

낙관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 정책의 심도를 놓치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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