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중위 의문사]사망현장 총알에 타인지문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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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훈 (金勳) 중위가 사망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벙커 안에서 발견된 권총 탄창에 든 탄알에서 金중위의 것이 아닌 지문이 발견됐으나 정밀감식 등 후속확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본지 취재팀이 입수한 미군범죄수사대 (CID) 의 잠재지문 감정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에 있는 범죄수사연구소에 권총과 총알.탄피 등을 보내 지문 감정을 의뢰한 결과 '金중위의 권총 탄창에서 나온 탄알에 식별 가능한 잠재지문이 하나 있다' 는 회신을 받았다는 것. 이 보고서는 '金중위의 잠재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며 '잠재지문이 누구의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탄알을) 한국 경찰청에 보내 잠재지문을 감식토록 의뢰를 고려할 수 있다' 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미 수사연구소의 감식결과는 金중위 사망현장에서 발견된 권총 탄창에 총알을 장전한 인물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 군수사팀은 지문의 신원 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金중위 소속 부대원들은 사건 후 수사당국이 지문채취를 한 일이 없다고 말했으며 경찰청도 미군이나 우리 군 당국으로부터 지문에 대한 확인 요청을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한.미연합사 관계자는 "金중위 유품과 피복.총기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유품은 유족들에게 돌려보내고 모든 총기류는 한국군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우리 군 수사당국은 지난 9월 유족들의 요구에 따라 미군측으로부터 넘겨받은 권총.탄창을 경찰청에 보내 지문 감식을 의뢰했으나 지문채취에 실패했다.

金중위의 아버지 김척 (金拓) 씨는 "권총 수령자가 탄창에 직접 총알을 장전하는 것은 상식" 이라며 "초동수사를 맡았던 미군 당국이 왜 이같은 중요한 단서를 소홀히 다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한편 재수사에 나선 군합동조사단은 金중위가 사고당일 자신의 권총이 고장나 金모 일병의 권총을 받아간 것으로 기록된 권총반출 대장이 조작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중이다.

이는 권총은 다른 총기와 달리 고장을 쉽게 수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잠재지문 =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나 전문장비나 약품 처리를 통해 형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지문을 말한다.

정제원.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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