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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린 구조조정]대우,초감량으로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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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우의 구조조정 계획 발표는 7일 청와대회의 후 첫번째 타자인 만큼 많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대우가 오히려 막판에 와서 과감성을 발휘하고 나선 것이 첫번째 주목거리다.

대우가 앞장선 배경에는 몇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선 김우중 (金宇中)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라는 점에서 '솔선수범' 도 작용했겠으나 무엇보다 5대 재벌 중에 자금흐름면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그동안 자신했던 미국 GM과의 협상마저 뜻대로 되지 않아 외자유치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큰 문제였다.

여기에 지난 10월 노무라증권 보고서 등을 필두로 끊임없이 새어나온 자금난설까지 가중돼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인상을 주어왔다. 안팎의 사정이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자 김우중 회장은 지난 11월초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항간의 불리한 루머들을 차단하고 대우가 구조조정에 솔선수범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의 과감한 구조조정안을 마련하라" 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우의 구조조정 관련팀들은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빅딜을 포함, 계열사 10여개사 감축을 골자로 한 '밑그림 그리기' 에 착수, 8일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김태구 (金泰球) 구조조정본부장은 이와 관련, "그룹 전체의 장단기 사업 전망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한 것" 이라며 외압성 구조조정을 강력히 부인했다.

◇ 어떤 모양새를 갖추게 되나 = 평소 김우중 회장의 공언대로 대우그룹은 자동차, 중공업, 무역.건설, 금융.서비스 등 4개 업종에 10개사를 주력으로 하는 소그룹 형태로 남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우측은 전체 외형은 물론 매출 역시 올해 68조원 (국내시업기준)에서 내년엔 62조원 수준으로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역.건설의 경우 수출 전초기지인 ㈜대우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건설부문은 경남기업을 뺀 유화개발.일산 민자역사 등 6개 건설 관련사는 모두 정리키로 했다.

자동차의 경우 국내외 3백만대 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대우차 (완성차).대우정밀 (부품).대우자판 (판매) 등 '3각 체제' 로 단순화할 방침이다.

김태구 본부장은 이와 관련, "쌍용자동차와 대우자동차 통합은 물론 삼성자동차 인수 뒤 자동차 그룹 단일법인체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중" 이라고 밝혔다.

중공업 역시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조선을 비롯, 공작기계.방산 (防産) 등 3개 업종을 주축으로, 금융 역시 증권.할부금융을 중심으로 21세기 주력사업으로 키워 나간다는 전략이다.

전자 업종은 대우전자.대우전자부품.대우모터공업을 하나로 묶어 삼성자동차와 맞바꾸는 식으로 결국 정리가 됐다.

다만 대우전자 패키지 빅딜에 '끼워넣기' 선물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대우통신은 외자를 유치한 뒤 궁극적으로 계열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우측은 나머지 31개 계열사는 합병.영업 양도양수.합작.사업교환.매각.분사화.청산 등의 방법으로 떨궈낼 것임을 분명히 했다.

◇ 전망과 문제점 = 대폭적인 축소에도 불구하고 대우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자금수혈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리대상업체 중에서 과연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가 고민이다.

계열사 정리과정에서 생겨날 임직원 1만5천여명의 처리도 문제다.

대우측은 합병의 경우 종업원 인수를 통해, 분사의 경우 종업원 사주제 등을 통해 인원을 흡수한다는 방침이지만 청산.매각 등 나머지 분야에 대해선 사실상 뚜렷한 인원수용 계획을 마련치 못한 상태.

또 전자와 자동차 양대 업종을 동력삼아 추진해온 대우의 세계화 전략도 전자부문의 삼성 이전계획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그룹 전체의 새로운 전략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해외사업 추진을 통한 자금 유입 등의 '성장의 카테고리' 를 어떤 방식으로 대체할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우측은 이같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실제로 '자금 유입' 등의 성과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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