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이래 지켜온 프랑스의 일요일 영업금지 전통이 16일(현지시간) 103년 만에 사실상 깨졌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주 일요일 영업금지 완화 법안을 관보에 게재하는 공포 절차를 거친 뒤 처음 맞은 일요일인 이날 파리· 마르세유·릴 등 주요 대도시의 일부 상점과 쇼핑몰 등은 합법적으로 문을 열고 영업을 했다. 일요일 문을 열 때는 점원들에게 최소한 평일치 일당의 두 배와 하루 대휴를 줘야 한다.
프랑스 정부가 일요일 영업금지를 없애는 법안을 관보에 게재한 뒤 처음 맞은 일요일인 1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 거리의 일부 상점이 문을 열자 쇼핑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휴가시즌이 끝나는 9월이면 일요일 영업에 나서는 상점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 AP=연합뉴스]
야당과 종교계의 반대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개혁작업은 6월 파리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두 딸의 일요일 쇼핑을 계기로 가속도가 붙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와 관련, “미셸 여사와 두 딸이 파리의 가게를 찾으려 할 때 내가 전화를 걸어서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인가”라며 일요일 영업의 당위성을 각계에 거듭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프랑스 상·하원은 결국 지난달 일요일 영업금지 완화 법안을 논란 끝에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사회당 등 야당이 이에 반발해 헌법위에 제소했으나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최근 실시된 이폽(Ifop)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요일 영업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59%로, 반대한다는 응답자를 웃돌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벌써 일요일 영업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BHV 백화점 노조원들은 일요일 영업에 항의, 15일 파업에 들어갔다.
파리=전진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