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오발 미스터리]방공망 일시 구멍 뚫렸을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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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 일 발생한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 오발 (誤發) 사고는 '발사장치 회로이상' 이라는 군 당국의 거듭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더욱이 북한군 이상징후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방공망 (防空網)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서해안 간첩선 출몰 때의 미숙한 대응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원인이야 어떻든 대공 방어망 주력 유도탄 체제가 잠시나마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사고부대 발사대를 현장조사한 공군 관계자는 6일 "발사 스위치에는 적색 안전덮개가 장치돼 있고 실제 발사를 위해서는 3개의 조작 스위치를 모두 발사위치에 놓아야 한다" 며 연습용과 실제 발사 스위치를 혼돈했을 우려는 절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사병이 미사일을 오작동시킬 가능성은 전혀 없었으며 회로이상으로 발사됐다는 것. 그러나 군 당국은 당초 3백m라고 밝혔던 미사일 폭발고도를 1~1.2㎞라고 수정하고 폭발지점도 발사지점 남서쪽 3.5㎞라고 했다가 북서쪽 1㎞라고 수정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자세한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어 발표내용이 신빙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사고상황에 대해서도 "발사요원이 모두 지하벙커에 있었기 때문에 폭발시 정황은 시민 목격담에 의존하고 있다" 는 것이다.

북한 전투기의 휴전선 근접비행에 대응하던 중 사고가 일어났다는 관측이 사실이라면 공군의 위기대응 능력에 큰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 소식통에 따르면 사고 40분 전인 4일 오전 9시55분쯤 우리 방공 레이더망에는 북한 전투기 편대가 휴전선 북방에 설정된 전술통제선에 접근하는 모습이 포착돼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서해안 전방지역 방공망을 책임진 문제의 포대는 통상훈련과 달리 점화 케이블까지 연결한 채 87.5도의 발사각도로 훈련하던 중 사고를 냈다는 것이 철저히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북한의 대남위협이 고조되는 시점에 터졌다.

북한군은 지난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인민무력성 주관으로 전군 (全軍) 국가판정검열을 마쳤고 이달들어 정례 동계 군사훈련에 들어간 상태다.

미국의 핵 (核) 압력에 대해 군총참모부가 직접 나서 "사실상 선전포고에 섬멸전으로 대응하겠다" 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미사일이 북한지역에 떨어졌다면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한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란 게 군사전문가들의 우려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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