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장 각서설'에 발끈하는 한나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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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2건국위 예산을 허용할 수 없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은 완강했다.

3일 터져나온 이른바 이회창 총재의 '신변보장 각서설' 이 한나라당을 자극,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돼버렸다.

한나라당은 4일 주요당직자회의.총재단회의.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이같은 당론을 전파하는 '정치적 시위' 를 벌였다.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제2건국위 운동이 정부와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초법적 발상으로 불순한 음모가 있다" 고 집중 성토했고, 각서설을 퍼뜨린 여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의원들은 특히 제2건국위 예산 20억원을 인정해주면 제2건국운동을 정치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반대해야 한다는데 일치했다.

제2건국위가 '마오쩌둥 (毛澤東) 의 문화대혁명' '80년의 국보위' 와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김광원 (金光元) 의원은 "제2건국위는 계층갈등을 이용, 실직자 노조를 허용해 정치세력화하려는 것으로 실직자당.노동자당을 만들어 16대 총선에 대비, 안정세력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이라며 예산배정 절대반대를 역설했다.

이해봉 (李海鳳) 의원은 "20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자문위원회 경비로 쓸 필요가 있느냐" 면서 "공공근로사업 등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이 될 소지가 있다" 고 비판. 李총재는 "이로써 제2건국위 관련예산에 합의해주지 않는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고 선언하며 '절대불가' 를 재확인했다.

신경식 (辛卿植) 총장도 "여권이 몸에 밴 야당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 고 비꼰 뒤 "예산을 담보로 흥정을 한적도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 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예산을 볼모로 잡는다" 는 오해를 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긴급소집된 총재단회의에서 "제2건국위 예산은 끝까지 반대하되 예산안은 표결처리돼야 한다" 는 잠정결론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내부적으론 예결위 표결에는 참여하되 제2건국운동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 반대표결하고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하는 정도로 모양새를 갖추는 대안을 검토중이란 전언이다.

때문에 며칠간 냉각기간을 거친 뒤 여야가 예산안을 합의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李총재 주재로 열린 예결위원 간담회에서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예산처리를 정치적 이슈로 야당이 지연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줘선 안된다" (金榮馹의원) 는 의견이 전달됐다.

이정민.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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