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등단한 유명 저술가 박영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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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글쓰기는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의 시작은 관심, 관심은 무엇엔가 다가서는 시도다.

따라서 글쓰기는 타인에게 다가서기 위해 길을 닦는 행위다."

박영규 (32) 씨는 이렇게 당선소감을 썼다.

문예중앙의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식물도감 만드는 시간' (내년 봄호 발표) 이 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이미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외 '고려실록' '고구려본기' '달마에서 경허까지' '철학이 뭐꼬' 등으로 유명 저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에게 소설가 등단의 의미는 또 뭘까.

"문학도로서의 꿈을 펼치는 구체적 작업, 아니 나에게서 소설은 역사.철학서 집필과정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수단이다.

자신에 대해 보다 엄격하기 위해선 주변 사람들의 끊임없는 시선 속에 나를 둬야 한다. "

일산에 있는 한 단독주택의 1층은 그가 가족과 사는 생활공간이고 2층은 작업실이다.

평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2층으로 '출근' 해서 점심을 먹으러 1층으로 내려오는것 말고는 7시 '퇴근' 때까지 끊임없이 글과 관련된 일에 파묻혀 산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책과 사람들' 은 집필과 창작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임. 주말에는 아이들.주부 독서모임에 나가 얘기를 나눈다.

대학에서 독문학과 서양철학을 전공한 그는 어느날 문득 '벽' 에 부닥쳤다.

결코 서양인들을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를 본 것이다.

돌아 나오면서 그는 동양의 세계, 아니 한국의 역사를 붙들었다.

현재 그가 매달려 있는 작업도 후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5권짜리 역사소설. 별도로 단행본 한권 분량의 장편소설도 쓰고 있다.

하지만 그가 '작은 학교' 론 (論) 을 풀어 놓는 것은 뜻밖이다.

"한학년 30명, 전교생 1백명 안팎의 중.고등학교 5~6개를 한지역권에서 묶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한사코 서구에서 우리 학교문제의 대안을 찾고자 하지만 무의미하다.

고려시대 최충의 구제학당이나 신라 화랑도, 고구려 경당제도 등을 잘 연구하면 한국 특유의 교육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아이들에게 우리 선이 살아있는 옷부터 먼저 입힐 필요도 있어 보인다. "

그의 글쓰기는 결국 '작은 학교' 로 가는 길이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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