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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내 명소 이름 지은 76세 최구현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비룡폭포.귀면암 등 설악산내 주요 명소의 이름이 불과 40여년전 금강산을 무척이나 그리워했던 한 사진가에 의해 지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올해 76세인 최구현 (崔九鉉.속초시교동) 옹. 지난 91년까지 속초에서 39년간 사진관을 경영해온 그는 일반인의 출입이 거의 없었던 50년대후반 설악산 곳곳을 누비며 계곡과 봉우리의 이름을 지은 주인공이다.

崔옹이 처음으로 이름을 지은후 등산객들을 통해 알음알음 전해져 현재까지 통용되고 있는 명소는 육담폭 (六潭瀑) 비룡폭 (飛龍瀑) 문주담 (文珠潭) 옥녀봉 (玉女峰) 귀면암 (鬼面巖) 집선봉 (集仙峰) 천화대 (天花臺) 신선대 (神仙臺) 망군대 (望軍臺) 이호담 (二湖潭) 등 20여곳에 이른다.

崔옹이 설악산 요소요소에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은 금강산과 맺었던 인연 때문. 고성군거진읍대대리가 고향인 崔옹은 15살때인 지난 37년 목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금강산 초입인 외금강면온정리로 이사한 뒤 금강산 사진조합의 보조로 일하다 5년후인 42년 정식 조합원으로 활동을 하며 금강산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어온 금강산의 산 증인이다.

1.4후퇴때 피난와 속초에 정착한 뒤 사진관을 경영하던 崔옹은 금강산에 가지 못하는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지난 56년부터 설악산의 비경을 카메라 담는 일에 몰두했다.

"지난 56년 군부대 이전으로 설악산 입산이 허용되면서 당시 양양군수일행과 함께 비선대등을 답사해보니 금강산보다는 못하지만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구먼. 그래서 금강산대신 설악산을 제2의 고향이나 친구삼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 " 崔옹는 이후 2년여동안 설악산을 답사하며 사진을 찍고 이름을 지어주는 작업에 매달렸다.

崔옹은 지역 주민들의 고증이나 지형을 본떠 이름을 지었다지만 명칭 곳곳에는 금강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문주담과 귀면암, 천화대, 집선봉 등은 금강산에 실제로 있는 이름을 따온 것. 외금강과 내금강을 따 설악산을 외설악과 내설악으로 구분한 것도 바로 그다.

요즘도 빛바랜 금강산 사진첩을 꺼내보면 30~40년대의 금강산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는 崔옹은 "금강산과 설악산은 한반도의 남북을 대표하는 명산인만큼 하루빨리 공동개발과 자유왕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고 말했다.

속초 =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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