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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니 살 쑥쑥 빠져? 병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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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살이 빠진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던 H씨(34.여).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몸짱 열풍에 편승해 이틀에 한번씩 스포츠 센터를 다니며 몸매를 다듬어왔다. 열심히 노력한 덕에 평상시 입던 옷은 점점 헐렁해졌고, 어쩌다 만난 친구들은 한결같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날씬해지느냐"는 인사를 했다. 물론 그때마다 H씨는 자신있게 "운동을 하니 실컷 먹어도 살이 4㎏이나 빠졌다(원래 체중 48kg)"란 대답과 함께 상대방에게도 운동을 권하곤 했다.

그렇게 무심코 지내던 H씨는 최근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진단결과는 갑상선기능 항진증.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칼로리 소비가 많아져 살이 빠진 것이다.

날씬함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체중이 줄어도 '날씬해졌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질병과 체중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몸무게가 주는 것은 몸속에 질병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또는 평상시보다 많이 먹는데도 살이 빠졌다면 '병은 아닐까'란 의심을 해야 한다.

직장인 A씨(48)도 비슷한 경우. 그는 몇 달 전부터 하루 20~30분씩 걷기.자전거 타기 등 운동을 생활화하던 중 이전보다 많이 먹는데도 벨트 구멍이 갈수록 줄었다. 몸무게도 68㎏에서 62㎏로 줄었지만 운동효과려니…'하고 지나쳤다. 그러나 그는 직장인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당분이 몸에서 빠져나가 칼로리 소모가 많아지면서 몸무게가 준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정재훈 교수는 "갑상선기능 항진증.당뇨병 등은 평상시보다 많이 먹는데도 체중이 몇 달에 걸쳐 5~6㎏씩 빠지는 게 특징"이라며 "많이 먹으면서 운동만으로 이 정도 체중을 줄이는 일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1kg을 빼려면 7700㎉를 소모해야 하는데 통상 1시간 동안 시속 8km로 쉬지 않고 달리기를 해도 소모되는 열량은 500~600㎉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양념 치킨 한 쪽만 먹어도 400㎉의 열량이 축적되며, 회식 자리에서 삼겹살 2인분, 소주 한 병에다 밥까지 먹게 되면 단숨에 3000㎉의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정 교수는 "실컷 먹으면서 운동을 할 경우, 체력은 향상되나 살을 빼기는 쉽지 않다"면서 "모든 병은 조기진단.조기치료가 가장 중요하므로 6개월 이내에 체중이 5~10%이상 빠졌다면 질병 여부를 검사 받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감량과 더불어 동반되는 다른 증상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갑상선기능 항진증은 젊은 여성환자가 많은데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고 속이 후끈거리면서 가슴 두근거림, 불규칙한 생리, 안절부절 못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성인 5~10%정도가 앓는다는 당뇨병은 유난히 갈증을 느끼면서 소변을 자주 보는 게 특징이다.

결핵 등 만성 감염병도 발열로 인해 체중이 감소하는 흔한 원인 중 하나다. 대개는 부수적인 증상으로 열.식은땀.피로감이 나타난다.

중.노년기에 몸무게가 준다면 암 검사도 필수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암 환자는 암세포의 빠른 증식으로 체중이 감소하고, 이 때문에 나타나는 불편한 증상이 점차 악화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위암 환자는 소화불량 증상이, 뇌종양 환자는 구토와 두통이 점점 더 심해진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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