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료절감장치 기름은 더먹고 공해는 더 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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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연간 3천억원 어치가 팔리고 있는 자동차 연료 절감장치가 절약 효과는 없고 공기 오염 물질만 더 많이 배출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환경연구원과 한국소비자보호원은 30일 시중에 유통중인 자동차 연료 절감장치 40여종 가운데 10개 제품을 수거해 성능을 분석한 결과 5개 제품에서 연비 (1ℓ의 연료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오히려 0.1~1.2%씩 줄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품 4개는 연비가 다소 증가했으나 대신 오염물질 발생이 크게 늘었으며, 연비 향상과 오염 저감 효과가 나타난 1개 제품도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B사의 S제품은 연비가 1.2% 감소하고 질소산화물 발생량은 57.1%, 탄화수소는 18.8% 늘었다.

또 K사 F제품은 연비가 1.7% 향상됐으나 탄화수소는 6.7%, 일산화탄소는 5%가 각각 증가했다.

이처럼 효과가 없는 것은 이미 연비 향상과 배출가스 저감을 염두에 두고 설계.제작된 자동차에 절감장치를 새로 부착할 경우 기존의 자동차 구조와 맞지 않는데다 자동차마다 특성도 다르기 때문. 그러나 연비를 최고 40%까지 증가시키고 배출가스를 9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일부 업체의 과장광고가 남발되면서 자동차 연료절감 장치는 최근 2~3년 사이 폭발적으로 보급이 늘어났다.

대당 7만~35만원씩 판매되는 절감장치는 지난해에는 1백만대, 3천억원 어치가 팔린 것으로 소비자보호원측은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관계당국에서는 연료절감 장치에 대한 품질기준이나 규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단속을 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7개 업체의 품질을 조사해 시정을 요구한 것이 지금까지 실시한 단속의 전부였다.

환경부 차승환 (車承煥) 교통공해과장은 "현행법으로는 허위.과장광고 여부만 따질 수밖에 없다" 며 "이번에 조사한 10개 제품도 과대광고 여부를 따져 수사당국에 고발하겠다" 고 말했다.

결국 신문.방송 등에 광고 없이 방문판매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시키더라도 단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보호원 정용수 (鄭鎔壽) 실장은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제품 구입때 소비자보호원.환경부 등에 문의하거나 공인시험기관의 검사 성적표를 요구해 확인해야 한다" 고 말했다.

◇ 연료 절감장치 = 자동차 연료탱크와 엔진 사이, 또는 엔진 내부의 점화플러그와 흡기밸브 사이 등에 설치해 엔진으로 보내지는 연료의 양을 조절하거나 상태를 변화시키는 장치로 제조업체마다 작동원리나 구조가 다르다.

제조업체들은 ▶연료를 자석 사이로 통과시켜 활성화한다든지▶소용돌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연료를 내뿜어 공기와 잘 섞이도록 한다든지▶연료 미립자를 만드는 방식으로 연료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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