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인질외교’ 따라한 미얀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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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를 방문한 미국 민주당 짐 웹 상원의원이 15일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양곤 AP=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정부가 미국과 ‘북한식 인질 외교’를 하고 있다. 자국 법을 위반한 미국인에게 중형을 선고한 후 미국의 유력 정치인을 불러들여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최근 핵무기 개발을 위해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얀마가 북한의 외교 전술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짐 웹 상원의원은 이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를 방문해 군사정부 최고 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과 양국 관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웹 의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다음 날 군사정부는 지난 5월 아웅산 수치 여사의 자택에 무단 잠입했다가 적발돼 법원에서 7년 형을 선고받은 미국인 존 예토(53)를 추방 형식으로 석방했다. 웹 의원은 “미얀마 정부의 조치에 감사한다”며 “양국이 선의와 믿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또 웹 의원이 양곤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를 면담토록 허용했다.

15일 양곤의 정부 영빈관에서 이뤄진 면담은 45분가량 진행됐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웹 의원은 면담 후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수치 여사에 대한 나의 존경심을 전달하는 좋은 기회였다”며 “군사정부에 (또다시 18개월 가택 연금 명령을 받은) 수치 여사의 석방도 건의했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군사정부가 웹 의원에게 수치 여사 가택연금 이후 쏟아지는 국제사회 비난에 대한 중재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미얀마 군정은 지난달 미얀마를 방문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수치 여사와의 면담을 허용하지 않았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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