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황반 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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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관련해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 있다. 예컨대 어느 날 글자가 흔들려 보이고, 직선이 굽어 보이며, 글과 그림을 볼 때 한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인다면 지금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망막검진을 받아봐야 한다. 이는 다름 아닌 ‘황반 변성’의 주요 증상을 나열한 것이다.

황반 변성은 65세 이상의 노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병으로 조기 치료를 받지 않으면 발병 수개월에서 2~3년 사이에 실명에 이르는 위험한 질환이다.

황반부란 카메라에 비유했을 때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의 중심 부위다. 황반에는 빛 자극에 반응하는 중요한 세포가 밀집돼 있다. 따라서 눈의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부의 변성은 실명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변성은 황반부가 퇴행성 변화를 거치면서 비정상적인 혈관이 계속 만들어지고 터지는 과정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시력이 저하되거나 상실할 수 있다. 더욱이 황반 변성은 초기에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다. 자칫 노안으로 잘못 알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황반 변성의 주된 원인은 바로 노화다. 노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 C·D·E나 항산화제 등 영양제가 추천되는 이유다.

황반 변성의 치료는 크게 레이저 요법, 광역학 요법, 약물주사 처방 등이 있다. 이 중 레이저 요법과 광역학 요법은 과거 황반 변성의 악화를 지연시키는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최근엔 약물주사로는 루센티스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당국도 이를 인정해 지난 1일자로 황반 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의 보험급여를 확정했다. 환자 부담이 10분의 1 이상 줄어 치료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황반 변성으로 인한 실명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황반 변성은 자각 증상으로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자신의 시야가 ‘자가 진단 암슬러 격자판’과 유사하다면 서둘러 전문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이 자가진단법이 정밀진단에 버금갈 정도로 진단 효과가 있다는 것은 희망적인 사실 중 하나다.

새빛안과병원 망막센터 오재윤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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