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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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오연호 지음, 휴머니스트, 353쪽,1만원

“학자마다 권력에 대한 정의는 다르다. 나는 권력은 ‘표준을 만들어내는 힘’이라고 말한다. 미디어 시장에도 ‘이것이 표준이다. 나를 따르라’라고 말할 수 있는 미디어 권력이 있어왔다. 20세기 저널리즘 표준은 종이신문의 직업기자들에 의해 만들어져왔다. 그러나 그 표준은 인터넷에 의해 도전받고있다. 인터넷이라는 새 공간의 주체인 네티즌, 시민기자들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그들은 기자는 누구인지, 어떤 뉴스가 가치 있는지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정해온 전통적인 미디어 공식에 도전하고 있다.”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부록에는 두 편의 글이 실려있다. 하나는 저자 오연호(40·오마이뉴스 대표기자)씨가 5년전 잡지『말』지 기자생활을 접은 뒤 썼다 지웠다 하며 작성했다는 인터넷 신문 ‘창간계획서’(1999년)원문이고, 두번째 글은 지난 5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 주제발표다. 앞의 글이 당시 30대 중반 젊은이의 미디어 비전, 그러나 도상연습 수준의 꿈인데 반해 맨 앞에 인용한 주제발표는 많이 다르다.

세계 신문업계가 주목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뒤의 발언이고, 바로 그 자리에서 오마이뉴스라는 쌍방향 미디어를 “대한민국 특산품”이라고 선언(321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주제발표 때 했던 발언, 그리고 책에서도 여러번 반복해 나타나는 오연호의 속생각을 마저 들어보자. 그가 볼 때 오마이뉴스 창간 전 한국 언론의 지형은 보수 80대 진보 20의 불균형 구조다. 이 구조에 변화를 주지 않고는 한국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없다. 따라서 ‘열린 진보’라는 이념적 토대 위에서 장기적으로는 50대 50의 지형으로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구조변동 속의 언론은 어디까지 왔을까. “고작 70대 30으로 막 이동을 시작했을 뿐”(243쪽)이다. 그 진단은 서울을 찾았던 뉴욕타임스 기자의 질문에 대한 그의 응답이었는데, 미국 기자가 어리둥절해하더란다. 지난 대선 때의 영향력 등을 염두에 두면 겸손한 판세분석이라는 지적도 했다. 이때 오연호의 추가 대답은 다음과 같다. “ 내 분석은 겸손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대안언론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감하기 때문에 나온 현실적 계산법이다.”

그의 중장기 목표는 ‘시장에서도 살아남고, 대안언론으로서의 역할도 더 알차게 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라는데, 5년전 직원 4명으로 출발한 이 매체는 현재 상근직원 60명. 하지만 자본금 17억원에 한 달 매출액이 3억원 수준. 따라서 메이저 신문 하루치 광고액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라는게 그의 말이다. 이런 맛보기를 겸한 리뷰에서 감지되듯『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은 인터넷 신문 창업 성공기록인데, 글의 분위기는 쿨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다.

그 중 인상적인 대목이 책의 첫 문장. 과연 인터넷 신문을 창업할 것인가 고민할 무렵 그의 지갑에는 만화 한 컷이 담겨있었다. ‘광수 생각’의 두 컷 그림. 윗 그림은 성냥갑의 불 붙이는 부분만 크게 그려놓았다. 다음 그림은 클로즈업한 성냥개비. 그게 전부였는데 만화 밑에는 이런 짧은 글이 적혀있었다. “성냥과 황, 준비는 끝났습니다. 당신의 인생에 불을 붙이세요.”

오연호는 그 만화를 보면서 “자기 생각을 들킨 것처럼 깜짝 놀랐다”며 자기가 구상중인 ‘모든 시민이 기자인’ 대안언론은 빠르게 진행이 됐다. 초기 자본을 끌어모으는 어려움, 제호를 뭘로 할까 해서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에게 상의를 구했던 뒷얘기, 고민끝에 끝내 ‘Oy my News’로 정착했던 과정 등을 밝히고 있다. 이후의 주요한 특종 행렬 등도 담겨있어 부담없이 읽힌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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