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오른 정보화촉진기금] 2600억 벤처 투자 손실 파악도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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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의 정보화촉진기금이 최근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으며 도마에 올랐다.

정통부 예산은 국고에서 나오는 일반 예산보다 정보화촉진기금이 훨씬 많은 특이한 구조다. 지난해 정통부 일반 예산은 2800억원에 불과했으나 정보화촉진기금은 그 네배가 넘는 1조3117억원에 달했다. 다른 정부 부처들은 기금 비중이 그렇게 높지 않다.

◇방만한 운용=정통부는 2000년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벤처기업 육성'필요성을 제기하자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렸다. 지난해까지 '벤처투자펀드'라는 이름으로 2600억원가량을 썼다. 그런데 벤처 붐이 꺼지는 바람에 투자한 돈 가운데 상당부분을 사실상 회수하기 힘들게 됐다. 현재 정통부는 펀드별로 정확한 실제 가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01년 이전까지는 기금에 대한 감시와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비리가 연이어 터졌다는 지적이다. 당시까지는 기획예산처의 실무자 1~2명이 정보화촉진기금을 감독했었다. 2002년에서야 이 기금에 대해 국회의 심의를 거치게 하고, 기획예산처의 통제도 강화했다.

◇근본대책 필요=이 기금은 전체 예산의 30% 이내에서 자유롭게 사용처를 변경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빠르게 바뀌는 정보기술(IT) 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예산 전용이 쉬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쉬운 만큼 비리가 언제든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획예산처 산하 기금운용평가단에서 활동했던 모 대학 교수는 "정치적인 필요 등에 따라 갑자기 사업 내용이 변경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기금을 아예 일반 예산에 통합하거나 사전 심사 및 사후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보화촉진기금=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0조2873억원이 조성돼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반도체 기술 개발 등에 7조4363억원이 사용됐고 2조8510억원이 남아 있다. 기금은 통신사업자들이 낸 출연금과 정부 출연금 등으로 마련됐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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