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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에 있는 항일 의병 발상지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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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러시아 연해주 하산 지구에 있는 의병부대 터에서 발견된 기왓장. 한민족운동단체연합은 “여러 개의 원이 겹쳐 있는 문양은 옛날에 사용하던 태극 문양이었다”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한민족운동단체연합은 14일 국외 항일 의병의 발상지로 불리는 러시아 연해주 의병부대 터를 복원하는 사업에 착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민족운동단체연합 측은 “연해주 하산 지구에 있는 의병부대는 독립운동가인 안중근·최재형·이범윤 등이 참여했다”며 “사실상 임시정부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해주에 설립된 최초의 임시정부를 복원하는 것이다.

한민족운동단체연합이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연해주 일대의 역사성과 경제적·정치적 중요성 때문이다. 윤승길(55) 사무총장은 “연해주 지역은 고조선과 발해가 시작된 지역일 뿐 아니라 과거 우리 영토인 간도였다”며 “일제가 청나라에 간도를 넘긴 간도협약이 있은 지 다음 달로 100년이 되는 만큼 이곳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민족운동단체연합은 이곳에 ‘고려인 자치지구’를 세울 계획이다. 윤 사무총장은 “시베리아철도와 항구 등을 접하고 있는 이곳을 선점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이 성사된 데는 오명환(65) 두만강유한개발공사 회장의 노력이 컸다. 연해주 일대에서 사업을 벌이며 독립 운동사를 추적해온 오 회장은 2006년 연해주 연추 지역에서 의병부대 터를 발견했다. 이어 연해주 하산자치정부와 이 일대 3300만㎡(1000만 평)를 50년간 임차하기로 협정서를 체결하고 인근 6억6116만여㎡(2억 평)에 대한 개발권도 따냈다. 이를 전해 들은 한민족운동단체연합은 한·일병합 100년이 되는 내년부터 이 일대를 복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민족운동단체연합은 이날 하산 지구 의병부대 터에서 발견한 기왓장 2장을 공개했다. 오 회장은 기왓장에 새겨진 문양에 대해 “여러 개의 원이 겹쳐 있는 문양이 태극 문양의 옛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왓장 중 1장은 조선시대 연해주 지역에 관찰사로 파견된 독립운동가 이범윤이 공무를 보던 동헌 터에서 발견했다”며 “10㎞ 떨어진 곳에서 같은 문양의 기왓장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의병부대 조직이 있던 곳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민족운동단체연합 박병규(54) 공동대표는 “이곳에서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상해 임시정부로 통합되기 전 곳곳에 산재해 있던 임시정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전혀 안 됐던 하산 지역에서 의병부대 터를 발굴하기 위해선 트랙터 같은 농기구가 필요해 지원을 해왔다”며 “그 지역 주민과의 협력을 위해 벌인 코스모스 심기 사업 등도 펼쳐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광복 64주년을 맞는 15일 전국의 120개 민족단체가 모인 가운데 탑골공원에서 ‘8·15 광복절 기념 민족공동 행사’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글=정선언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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