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희망취재]예·체능교육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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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주부 박영희 (朴永喜.34.경기도고양시덕양구화정1동) 씨는 7살난 딸 때문에 걱정이다.

지난해엔 유치원 특기 교육 중 발레를 하고 싶다고 졸라서 가르쳤더니 10개월을 넘기자 그만두고 미술을 배우겠다고 졸

랐다.

미술을 시킨 지 4개월이 된 요즘엔 또 하기 싫다고 투정이다.

쉽게 질리고 싫증을 내는 어린이들의 예.체능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부모들로선 무척 골치 아픈 일. 이에 대해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등을 떠 밀며 강요하진 말라" 고 입을 모은다.

일단은 왜 아이가 싫증을 내는 지 차분히 살펴보는 것이 급선무. "아이에게 너무 어려워서 아이가 부담을 느끼는 건지, 너무 반복적인 내용이라 싫어하는 건지 알아본 뒤 학원에 아이의 상황을 설명하고 맞춰주도록 부탁하는 것이 좋다" 고 연세대 어린이생활지도연구원 이미화 (李美和) 원감은 말한다.

어린 시기에 꼭 기술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보다는 아이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李원감은 "좋지 않은 경험이 누적되면 다시는 배우지 않으려 한다" 며 이런 일만은 피하라고 강조한다.

조전순 (趙全順.여.34.서울시동작구상도5동) 씨는 아들의 피아노 슬럼프를 관찰과 대화로 푼 경우. 아들은 1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꾸준히 배워 4학년이 된 지난해엔 '체르니 백번' 을 칠 정도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어려우면서도 반복성이 강한 '체르니 백번' 에 싫증을 느낀 아이는 "피아노 학원에 가지 않겠다" 며 졸랐다.

趙씨는 피아노를 치다가 그만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아들을 차분히 설득했다.

"지금 끝마치면 아예 잊어버려 나중엔 악보를 보고 따라 칠 수도 없게 된단다. 그러면 지금까지 배운 것이 너무 아깝지 않니? 조금만 더 참아보자" 라며 아이를 다독거리는 한편 피아노 강사를 찾아 아이가 싫증내는 원인을 알아보고 진도를 너무 빨리 나가지 말 것과 쉽게 정복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곡들도 끼워줄 것을 부탁했다.

그 결과 趙씨의 아들은 피아노를 계속해 지금은 체르니 40번에 재즈반주도 곧잘 한다.

공동육아 연구원 김정희 (金貞熙) 부원장은 "학원들이 아이마다 흥미와 수준이 다른 것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억지로 시키면 영원히 흥미를 잃게 된다" 며 "이런 경우 공이 들더라도 부모가 집에서 아이가 즐기게끔 교육을 시켜보는 것도 한 방법" 으로 권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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