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FLATION? 정부 "안온다"…학계 "올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는 침체됐는데도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일컫는다.

보통은 물가가 불황기에는 떨어지고, 호황기엔 오른다. 하지만 불황기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크고 치유도 어렵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성장률이 5% 이상 되고,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도 3.5% 선이라 정부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도 아직까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작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는 하반기 이후다.

대부분의 연구기관은 내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5일 내년 경제 성장률을 3.7%로 예측했다. 이에 앞서 모건스탠리도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3.8%로 전망했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데다 세계 경제의 둔화로 수출마저 부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데 물가 오름세는 심상치 않다.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에 비해 4.4%나 오른 데 이어 생산자물가도 7%나 올라 1998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국제유가의 오름세는 더 심각하다. 이미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으로 '10일 평균가격'이 배럴당 36달러를 돌파했다.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배럴당 44달러를 넘어섰다. 중동 국가의 석유 공급능력이 한계에 이른 데다 정치 불안도 심각해 고유가 체제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75년과 80년에 나타났던 스태그플레이션도 오일쇼크로 인한 유가 폭등이 원인이었다.

최근 상황도 고유가 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경기는 고꾸라지는 양상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증권은 5일 보고서를 통해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이 하반기에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행 박재환 부총재보는 "테러 등 외부 충격만 없다면 유가는 장기적으로 물가 압박요인이 안 될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비관론"이라고 말했다.

정경민.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