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제1회 '자린고비상' 대상 받는 이상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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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짜게 논다고 다 자린고비인가요. 베풀 줄을 알아야 진짜죠. " IMF 1주년이 되는 21일 충북음성군이 제정한 '제1회 자린고비상' 대상을 받는 이상구 (李相九.59.충북 음성군 감곡면)씨.

자린고비상은 음성군이 이 고장 출신 구두쇠의 대명사 조륵(趙勒.1649~1714)선생을 기리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한 상이다.

감곡면 3남3녀의 빈농집안에 장남으로 태어난 탓에 굶기를 밥먹듯 하며 어린시절을 보낸 李씨는 남달리 억척스럽게 근검절약하면서도 이웃사랑을 실천한 진짜 자린고비다.

李씨가 구두쇠 인생을 시작한 것은 16세때인 지난 55년 제과공장을 다니면서부터. 8식구를 책임지느라 쓰고자실 것도 없었지만 꿍치고 꿍친데다 빚을 얹어 스무살에 손바닥만한 유과공장을 차렸다.

덕분에 먹고 살만해졌지만 또 다시 10년동안 술.담배는커녕 반찬도 김치 한접시로 때우며 모은 끝에 69년 꿈에도 그리던 사과과수원 4천평을 사들였다.

李씨는 그 힘든 과수원일을 하면서 단 한번도 일꾼을 산 적이 없다. 품삯이 아까워서다. 한겨울 공장일로 경기도 이천에 갔다가 여관비를 아끼느라 영하 20도 날씨에 자전거를 끌고 새벽3시에 귀가했을 정도다.

하지만 李씨는 여느 구두쇠와는 달리 그동안 남모르게 불우이웃돕기 등에 적지 않은 돈을 내놓았다. 92년부터 매년 소년소녀가장 4가구에 쌀 한가마.연탄 2백장씩을 전달하고 훈련 나온 군인들을 볼 때마다 선뜻 1백여만원어치의 음료수를 기증하곤 한다.

'쓸 데만 쓴다' 를 가훈으로 삼고 있는 李씨는 "어렵게 살다 보니 남보다 조금 더 아꼈을 뿐인데 상이 과분하다" 며 상금 50만원을 이웃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음성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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