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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 프리재즈 강태환 절판된'코리안…' CD 재출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밀물처럼 밀려들 일본대중문화. 그에 맞설 '우리 것' 찾기에 관심이 높다.

일본인과 유럽인들이 더 알아주는 '프리뮤직' 의 대가 강태환은 그 한 해답이 될 인물. 절판됐던 그의 음반이 모처럼 재발매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를 계기로 그의 깊은 음악세계를 국내외에 적극 소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난데없이 내 편지함에 날아든, 멀고 생소한 나라 한국의 음반 한 장. 그러나 듣고나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음반 주인공은 한마디로 프리재즈의 대가다.

그의 색소폰은 솔로연주건 협연이건 항상 완벽한 일체를 이루며 듣는이에게 '살아있는 행복한 순간' 을 안겨준다…. 금속악기 색소폰이 이렇게도 차갑지않게 들릴 수 있을까. "

92년 프랑스 재즈잡지 '노트' 에 실린 재즈평론가 필립 르노의 강태환 음반 '코리안 프리뮤직' 평이다.

강태환은 르노를 비롯한 유럽과 일본의 프리재즈 평론가들이 존경해마지 않는 '월드 스타' 다.

87년 프리재즈 최대축제 독일 뫼르츠 페스티벌에서 기립박수를 받았고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일본에는 그에게 "협연이 안된다면 공연오프닝을 알리는 나팔이라도 불게해달라" 고 읍소하는 뮤지션이 부지기수다.

그는 미국의 네드 로덴버그, 영국의 에반 파커와 더불어 세계 프리재즈 3대 색소폰주자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에는 극소수 팬만 존재하는 '묻혀진 천재' 다.

프리재즈 (재즈의 일반적인 박자나 코드를 벗어난 전위음악) 로 시작, 지금은 장르를 초월한 '프리뮤직' 의 경지에 이른 강태환은 일본에서 6장의 음반이 나왔으나 국내엔 오래전 절판된 2장이 전부다.

89년 LP로 나왔던 '코리안 프리뮤직' (김대환.최선배와 공동연주) 과 95년 CD로 나온 '아시안 스피리츠' (사토 마사히코.토가시 마사히코와 공동연주) .이중 '코리안…' 이 다음달초 CD로 복각.발매되면서 그의 깊은 음악세계가 재조명될 기회가 생겼다.

9년전 이 음반을 제작한 최원복씨가 일본계 직배 음반사 포니캐년 레이블로 국내 1천8백장, 일본 (내년2월)에서 5천장을 발매할 예정. '재즈와 민속음악, 클래식의 중간에 선 첨단음악' 으로 평가되는 강태환 음악의 마력은 우선 독보적 연주력에 있다.

그는 '순환호흡' 이란 독특한 방식으로 10분이상 숨쉬지 않고 색소폰을 불면서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음의 고저를 표현한다.

또 운지 한번에 둘 이상 음을 내는 '멀티폰' , 반음을 다시 반음 쪼개 표현하는 '마이크로톤' 등 세계 최첨단 주법 10여가지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일본 프리재즈 평론가 소이지마 테루오는 "한국의 전통적인 음계에 기반한 독특한 즉흥음악으로 깊은 철학과 풍부한 감정이 담겨있다.

" 며 "낭낭하게 물결치는 도입부와 빠른 속도의 즉흥연주엔 가슴을 찌르는 정 (情) 이 넘친다. " 고 평가한다.

44년 인천생인 강태환은 서울예고를 중퇴하고 방랑생활을 하다 스탠다드 재즈에 빠져들었고 78년 김대환 (타악기).최선배 (트럼펫) 와 트리오를 결성하면서 프리재즈의 세계에 들어왔다.

7년간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공연하며 공력을 다진 그는 85년 김덕수와 사물놀이 일본공연에 게스트로 서면서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음악인이 된다.

그는 일본 재즈인들의 적극적인 후원아래 매년 40여회씩 일본 공연을 하고있으며 94년부터는 타악기의 기대주 박제천과 듀오를 이뤄 더욱 깊고 오묘한 음악세계를 선보이고있다.

두 사람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일본 8개도시를 돌며 듀오로서는 첫 도일 (渡日) 공연을 가진다.

이에 앞서 23일 오후7시30분 서울 딸기 소극장 (02 - 762 - 3284)에서 이를 기념하는 무대를 연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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