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기업과 전략적 제휴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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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그동안 한국기업은 현지법인 형태 등으로 미국에 많이 진출했으나 내실있는 현지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IMF 체제 직후 지속된 원화약세에도 불구하고 종합상사들이 대폭적인 수출확대를 기하지 못한 것도 무역종합기능이 조직화되어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 세기를 향한 한국기업의 생존전략은 세계기업화, 특히 미국기업과의 관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기업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구조조정과 기업 인수.합병 (M&A) 등 개혁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선진 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의도적으로 시도해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 만나본 미국 기업들은 한국기업의 인력.기술면에서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비즈니스 관리에 있어서는 상품판매 정책만 있고 종합적인 시장관리 및 마케팅 정책 등 중장기적 정책개념이 결여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시장개발을 위한 공동노력, 고객의 성실한 관리, 판매상품의 사후 서비스 등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없고 상품만 판매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한.미 양국기업이 공동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나 프로젝트는 다양하며 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는 수입제한 등 무역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한국기업이 수출 주종상품으로 자랑하는 자동차 수출을 살펴보자. 한국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미국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의 1%에 미치지 못한다.

그것도 대부분이 소형승용차다.

일본의 경우는 중대형 승용차를 미국시장에 팔기 위해 80% 이상을 미국에서 조립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도 중대형 승용차를 팔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무역장벽에 대처하고 양국 기업의 공동이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한국의 성공적인 외환위기 극복노력에 힘입어 미주지역에서 한국에 대한 신인도는 크게 회복됐다.

IMF체제 직후 한국계 은행의 금융경색으로 중소기업 수출 신용장개설이 난관에 봉착, 필자가 미국은행을 찾아다니면서 신용장개설 등 금융교섭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외환사정이 나아지면서 중소기업의 중장기금융 (기계.플랜트류) 까지 금융한도가 확대돼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금융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우리 기업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투자협력 부문은 최근 국내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메릴린치를 비롯한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한국투자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미주지역내 무역관에 내도한 투자관련 문의도 계속적으로 늘어나 10월 중순까지 4개월새 총 80건 32억달러의 상담건을 무역관들이 추진하고 있다.

한.미 투자협정이 발효되면서 투자자의 방한은 계속 증가될 것으로 본다.

미국 투자가들은 시장잠재력과 고급인력을 보유한 한국을 상대적으로 적절한 투자지역으로 선호하고 있다.

이런 고무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투자가들을 위한 정확하고 상세한 투장정보 및 자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투자 매물에 관한 상세한 자료 축적은 물론 관련 재무제표를 투자가들이 요구하는 기준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강대철 KOTRA 북미본부장.뉴욕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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