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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움증 이유없이 심하면 간.콩밭 이상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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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피부가 건조해진 까닭. 이러한 건조성 피부염은 노화로 피부가 건조해지기 쉬운 노인이나 하루에도 서너 번씩 강박적으로 비누목욕을 하는 이들에게 흔하다.

특징은 전신이 발작적으로 가려운 것. 주로 야간에 심해 잠을 못 이루기 일쑤다.

그러나 가려워도 가급적 긁지 말아야 한다.

연세대의대 피부과 이광훈 (李光勳) 교수는 "긁는 것 자체가 피부를 자극해 히스타민 등 가려움증 유발물질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며 "가렵다고 바로 긁으면 더욱 가려워지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 고 설명했다.

가려울 땐 보습제를 피부에 발라주는 것이 상책. 로션타입 보습제면 충분하나 무릎이나 팔꿈치 등 피부건조가 심한 부위는 보습효과가 가장 센 바셀린을 발라 준다.

그래도 가려움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항히스타민제를 따로 복용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 지나친 비누목욕은 삼가야 한다.

수분손실을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피부 위의 기름층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척력이 강한 비누로 피부를 세게 문질러 피부의 끈적거림을 완전히 없애야 만족하는 사람일수록 건조성 피부염에 걸리기 쉽다.

고려대의대 피부과 계영철 (桂永澈) 교수는 "온탕욕보다 샤워욕이 좋으며 목욕 후 3분 이내에 오일이나 보습제를 발라주라" 고 권했다.

뜨거운 물이 담긴 욕조에서 오래 피부를 담그면 당장은 시원하지만 피부가 공기에 노출되면 훨씬 빨리 건조해진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도 바닥에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닦는 것이 좋다.

목욕 후 3분이 지나면 피부건조가 시작되므로 오일이나 보습제는 물기가 남아 있을 때 발라줘야 효과가 크다.

난방을 약하게 하고 가습기를 가동시키는 것도 실내습도를 올려주므로 가려움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항문이 가려운 항문소양증은 건조하게 해야 한다.

대부분의 항문소양증은 잦은 배변으로 항문을 자주 또는 세게 닦아 피부가 손상돼 생기는 것. 이 때 물기가 있으면 더 가렵다.

따라서 배변 후 물에 적신 화장지로 조심스럽게 닦아낸 뒤 드라이어로 말리거나 화장지로 가볍게 두드려 건조한다.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가려움증을 예사로 넘기는 것은 금물. 자칫 위중한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李교수는 "가려움증과 통증은 뇌로 연결되는 신경통로가 같다" 며 "가려움증은 통증 못지않게 신체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려주는 비상신호" 라고 들려준다.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대표적 질환은 ▶만성 간질환 ▶신부전증 등 콩팥질환 ▶악성 림프종. 따라서 이유없이 심하게 가려운 이들이라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이들 질환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한방에선 가려움증을 진액 (津液) 의 부족으로 해석한다.

진액이란 인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체액의 일종. 겨울처럼 건조한 기후를 원인으로 꼽는 것은 양방과 일치한다.

다른 점은 음식물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 경희대한방병원 안.이비인후과 홍승욱 (洪承旭) 교수는 "열이 많은 술이나 동물성 지방, 소화가 잘 안되는 밀가루는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대표적 식품" 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려움증이 심한 사람은 이들 식품을 피해야 한다.

한의학에서 권하는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벼운 가려움증엔 구기자나 오미자차가 권장 된다.

가려울 때 한 두잔 마시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심할 땐 한의사를 찾아 진액보충효과를 지닌 육미지황탕 (六味地黃湯) 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좋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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