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축구계 반성계기로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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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이스하키에 이어 축구도 입시부정 등으로 대학.고교 감독이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축구인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승부조작과 청소년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한 비리까지 밝혀지자 더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축구인들은 일단 축구계 전체의 비리로 확산되지 않고 개인비리 차원에서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검찰이 작심을 하고 캐기 시작하면 고구마 줄기 엮듯 줄줄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체육특기자 입시부정은 구조적" 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즉 "어느 대학이건 운동부에 예산이 제대로 책정돼 있지 않고 알아서 운영하라고 한다.

따라서 입시부정은 필연적" 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교육부가 체육특기자 입시부정을 막기 위해 입시사정에 감독을 배제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냉소적이다.

감독이 돈 먹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입시부정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검찰 자세에서도 체육계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 북부지청은 아이스하키에 이어 농구 쪽으로 불똥이 튀면서 문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문제를 덮어버렸다.

이번 축구비리는 부산지검의 작품 (?) 이다.

검찰이 체육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산한다면 아마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입건대상일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들이 "재수없다" 고 생각하고 검찰은 "한건했다" 고 생각한다면 개선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

축구를 비롯한 체육인들은 지금까지 타성으로 저질러 왔던 비리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해야 한다.

대학은 운동부 운영방침을 바꿔야 한다.

이번 일이 일과성으로 끝나는 '찻잔속의 태풍' 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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