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후협약 대비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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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백60개국 대표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4차 당사국총회가 13일 12일간의 회의를 끝냈다.

온실가스의 감축은 화석 (化石) 연료를 근간으로 하는 현재의 에너지체제하에서는 당사국들이 제각각 산업발전을 제한하는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도 이른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첨예한 이해 대립으로 '개도국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이 의제로조차 상정되지 못한 채 폐막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이번 회의 기간중 미국이 국내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방출량을 지난 90년 수준보다 5.2% 줄이기로 한 '교토 (京都) 의정서' 에 서명한 점과, 아르헨티나가 이들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실천적인 규제조치가 없다고 안심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협약기구는 2008년께 한국을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가로 분류해 2010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우리측은 2000년부터 2017년까지를 자율 규제기간으로 하고, 2018년부터 시행하되 감축보다는 증가를 제한하겠다는 조정안을 내놓고 있으나 이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잦은 기상재해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어 세계의 여론이 순식간에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온실가스 감축문제는 전세계의 '발등의 불' 이 돼 있고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무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세계 12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 돼 있고, 91년부터 95년 사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들의 연평균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이 0.7%인데 비해 우리는 9.1%에 이르렀을만큼 문제가 간단치 않다.

결국 우리도 가지 않으면 안될 길에 접어든 것이다.

그게 우리도 살고 지구도 사는 길이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의 선택은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함께 대응하는 방법 외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우선 필요한 것은 시간표다.

일이 더 급해졌을 때 허둥댈 게 아니라 지금부터 빈틈없는 일정을 짜 전략 전술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산업구조가 에너지를 덜 쓰면서 효율이 높은 고 (高) 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는 태양열 등 무공해 에너지의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기업들도 이 분야에 팔을 걷고 덤비지 않으면 안된다.

국민들의 인식전환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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