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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뜨는별 홍위병세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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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붉은 깃발, 찢어지는 듯한 구호, 마오쩌둥 (毛澤東) 어록을 흔들어대며 광란하는 앳된 얼굴의 홍위병. 지난 66년 이후 10년동안 중국 전역을 살인과 파괴의 도가니로 몰고갔던 문화대혁명 (文革) 세대의 상징이다.

당시 10대 청소년이었던 그들이 이제 30대 후반~40대의 중년이 돼 중국의 핵심세력으로 등장했다.

물론 더이상 살인과 파괴에 익숙한 과거의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당시를 반성하고 보다 민주적이고 부유한 중국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가장 두드러진 활약은 정치권. 국무원 재정부 부부장인 러우지웨이는 48세. 중.고교 시절이던 문혁 당시 홍위병에 참가, 사회 곳곳의 참상을 직접 경험했다.

이제 그는 중국의 세금제도에 관한한 최고 전문가가 됐다.

주룽지 (朱鎔基) 총리가 주도한 세금제도.유가증권시장 활성화와 관련된 개혁의 밑그림은 모두가 그의 작품이다.

"중국 공산당은 많은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개혁과 개방으로 인민들은 외부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으며 따라서 당의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인민은 언제든 당에 반기를 들 것입니다.

"

국무원 관리로 일하고 있는 왕전야오 역시 40대 초반의 문혁 세대로 당시 홍위병의 당위성을 옹호했던 인물. 현재의 그는 중국 농촌의 민주화에 인생을 걸고 있다.

국무원내 그의 임무는 전국의 농촌을 돌며 주민들의 공정선거를 관리하는 일.최근까지 그는 전국 92만8천 마을중 1천여 마을을 오로지 민주선거 정착을 위해 방문했다.

"농촌 민주주의는 중국 민주주의 정착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그곳에선 학교운영 등 모든 일이 주민들의 직접투표로 이뤄지기 때문이죠. "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내 과장급 이상 간부중 90%가 현재 문혁세대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가치부여와 자부심으로 차있다.

문화방면도 두드러진다.

중국 최고의 시트콤 제작자인 잉다 (38) 는 6세때 홍위병의 만행을 경험한 인물. 그는 지금 중국인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미디 만들기에 인생을 걸고 있다.

지난 93년 그는 시트콤 '나는 내 가족을 사랑한다' 를 제작, 중국 TV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당의 강령 등 딱딱한 프로 일색이던 화면에 실감나는 코미디 프로를 선사한 것. 당초에는 논란도 있었지만 결국 베이징에서 방영돼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한마디로 중국의 TV문화를 바꿔버린 것이다.

정보화도 문혁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미국에서 컴퓨터를 공부한 티엔수닝 (36) 은 문혁때 초등학생이었다.

현재 그는 중국 최고의 컴퓨터와 인터넷 정보 회사인 아시아 인포의 사장이다.

그는 인구 1억명인 쓰촨 (四川) 성의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21세기 초반에는 중국 전역에 인터넷 정보망을 깔 계획이다.

중국의 은행.대기업의 정보망들도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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