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점 근무하실 분" 은행들 사내공모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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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행원급 직원 3명 모집. 외국어 구사 가능자, 외환업무 경력자, 30분 내에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집이 있는 사람 우대'.

신한은행 개인금융영업본부가 지난달 초 행내 게시판에 올린 '구인광고'다. 환전수요가 급속히 늘어난 인천공항지점의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사내 스카우트에 나선 것이다. 개인금융본부는 10명의 지원자 중 개별면접을 거쳐 선발한 3명을 지난달 말 인천공항지점에 배치했다. 일이 고된 대신 수당이 많고 근무평점을 잘 받을 수 있는 인기 지점이어서 지점장을 제외한 전 직원을 공모로 충원하고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은행 인사에 공모제 바람이 불고 있다. 본부별로 실적을 따지는 책임경영 체제가 속속 도입되면서 부서 간에 능력있는 직원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원자들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주고 근무의욕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외환은행은 지난 5월 본부장에게 책임과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조직개편을 하면서 '박람회형 사내 공모'를 도입했다. 본부별로 회의실이나 강당에 부스를 설치해 관심있는 직원들에게 업무를 설명하고 지원까지 받도록 했다. 영사기와 대형 스크린이 동원되는 등 우수 직원을 확보하기 위한 본부 간의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BII은행의 경영진을 모두 사내 공모로 충원했다. 과장급 이상 희망자 중 5명을 선발해 2명은 임원으로, 3명은 팀장으로 내보냈다. 희망하는 자리를 주는 대신 경영책임을 엄격히 묻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부터 사내 공모로 선발한 런던.홍콩 등 12개 해외 법인.사무소장들과 '3년간의 임기 중 영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본점으로 소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성과관리 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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