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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비디오게임사 전무 '눈물광고' 벼랑끝 회사 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요즘 일본에서는 비디오게임전문업체 세가 엔터프라이즈의 유가와 히데가즈 (湯川英一) 전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어느 길목의 소리' 라는 회사 TV광고시리즈에 등장해 소니의 경쟁제품 플레이스테이션에 밀려나던 회사를 벼랑 끝에서 구해 냈다.

옛날 머슴들이 입던 한덴 (半天.가슴의 옷고름이 없는 헐렁한 겉옷) 차림의 술주정뱅이, 코피 흘리는 샐러리맨 등 TV광고 속의 그의 멍청한 모습이 일본인들의 안방 인기를 독차지하며 27일 발매예정인 신제품 드림 캐스트도 예약이 폭주하고 있다.

그는 인지도와 인기순위에서 3개월 연속 1위. 첫 광고에서 그는 길을 가다 초등학생의 이야기를 엿듣는다.

"역시 플레이스테이션이 최고야. " 낙담한 그는 술에 취해 집앞 현관에 주저앉는데 문을 열고 나온 부인이 "여보, 힘내세요" 라고 위로한다.

패배를 솔직히 인정하는 대목에서 위기에 빠진 세가에 동정심을 불러일으키자는 게 광고의 목표로, 대대적 성공을 거뒀다.

두번째 광고는 초등학생의 대화로 시작된다.

"야!세가가 변했다" "세가가 너무 좋아졌는데…" .유가와 전무는 좋아 어쩔 줄 모르지만 깨어나 보니 꿈. 새로운 게임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갈라져 버린 그의 손톱이 클로즈업 된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세번째 광고는 자살을 생각하는 듯 옥상에 올라가 있는 그에게 사원이 달려 와 보고하는 것. "신제품 드림 캐스트가 드디어 완성됐습니다" .그는 당장 회의를 소집하지만 그의 코에서 코피가 떨어진다.

유가와 전무의 광고는 연쇄부도와 높은 실업률로 고민하는 일본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경쟁에서 밀려나고 신제품 개발에 생명을 걸어야 하는 샐러리맨의 고통을 실감나게 표현해 공감을 부른 것이다.

유가와 전무는 CSK의 사원 제1호 출신. 엘리트 영업사원으로 성장해 온 그는 지난해 CSK가 세가 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하자 자원해 세가로 옮겼고 치열한 사내경쟁을 뚫고 광고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광고가 나간 뒤 최근 도쿄 (東京)에서 열린 비디오게임 전시회에서 세가 부스는 단연 인기였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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