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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방방곡곡 추억을 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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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학교'라는 뜻의 '폐교'는 이제 어색한 말이 됐다.

변신을 통해 다시 개교하고 끊임없이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 됐으니까. 볼거리와 할 거리가 있는 폐교들을 추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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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 여주 여성생활사박물관

동해안에 다녀오다 길이 막히면 잠시 빠져보자.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에 있다. 동해로 가는 길이면 여주IC에서, 다녀오는 길이면 문막IC에서 빠지면 된다. 물레.베틀.절구.맷돌에서 고쟁이.적삼, 그리고 가마 요강에 이르기까지 1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천연염색가인 이민정 관장이 모은 것이다. 관람료는 성인 5000원, 학생 3000원. 전시물 일부에 '압류'딱지가 붙어 있다. 임대료를 2년째 못 내서란다. 여주교육청에서 7월 29일에 보낸 공문에는 '밀린 임대료를 내든지, 아니면 나가든지 하라'고 돼 있다. 이 관장은 "폐교를 박물관으로 고치는 데만 사재 5억원을 털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옷에 황토물이나 쪽물 들이기도 해볼 수 있다. 흰 속옷을 빨아서 갖고 가면 된다. 염색 체험은 1만원. 031-882-8100. www.womanlife.or.kr

(2) 경기 안성 서바이벌 캠프

학교에서 삼각자를 들고 입으로 '피웅 피웅' 소리를 내며 총싸움 하던 기억이 나는지. 안성 일죽면의 장암초등학교는 그런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곳으로 변신했다. 서바이벌 게임 매니어인 정덕우(41)씨가 2001년 폐교를 구해 게임장으로 꾸민 것. 자동차.드럼통.타이어 등을 운동장에 갖다 놓고 시가전을 벌이게 했다. 물감탄이 아니라 '비비탄'이란 것을 쓰는데 훨씬 덜 아프다는 귀띔이다.

한 사람이 총과 탄알 500발, 군복에 군화까지 빌리는 데 3만5000원. 이렇게 갖추면 하루 종일 게임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조명 시설이 있어 야간 서바이벌도 가능하다. 6인 이상 신청 가능. 단체 숙박(1인당 8000원)도 할 수 있다.

031-674-7212. www.headquarters.co.kr

(3) 강원 평창 무이예술관

봉평면에 자리잡은 이곳이 정녕 폐교였단 말인가.

100여점의 조각상이 놓여 있는 푸른 잔디 운동장, 그 옆 빨간 지붕의 단층건물, 그리고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학교 건물 안엔 회화.도예 작품이 전시돼 있다. 조각가.서양화가.서예가.도예가 등 미술인 4명이 의기투합, 2001년 이곳에 창작 스튜디오 겸 전시관을 마련했다. 미리 예약하면 찰흙으로 강아지 만들기(1인당 2만원), '메밀꽃 필 무렵' 소설 내용 판화찍기(5000원), 가훈 써주기(3만원) 등의 체험 학습도 할 수 있다. 전망대에선 직접 만든 오디차.솔잎차.복분자차 등을 판다. 입장료 일반 2000원, 학생 1000원. 매월 첫째.셋째 월요일 휴관이며 하절기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7시. 033-335-6700.

(4) 강원 평창 캠프700

휴대전화조차 터지지 않는 미탄면의 한 산골 마을. 이곳 옛 한치분교 터에 자리잡은 캠프700(사진)은 '친환경' 그 자체다. 돌담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는 운동장에선 족구.축구를 즐길 수 있고 학교 앞 개울에선 멱을 감을 수 있다. 두부 만들기.가마솥밥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동화 일러스트레이터인 주인 엄기철(40)씨가 직접 개발한 한치윷놀이등의 전통놀이도 이곳 체험학습의 키 포인트다. 최대 50명 정도까지 숙박 가능하며 단체일 경우 자체적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다. 엄씨가 읍내 정육점에서 사오는 생삼겹살을 숯불에 구워 먹는 맛도 일품. 출발 전 미리 전화해 부탁해야 한다.

인원수에 상관없이 한번에 한팀만 받으므로 예약은 필수. 1박2일 기준으로 한 가족(4인)에 15만원, 두 가족(8명)에 25만원. 033-332-0245.

(5) 전남 강진 아미산 모텔

이곳이 학교였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학교 건물 자리엔 기와 지붕을 얹은 커다란 2층 건물이 들어섰고, 운동장엔 너른 잔디밭에 정자까지 있으니까. 한켠의 사자 동상과 풍향계가 학교의 흔적으로 남아있을 뿐.

서울 살던 박영애(여.57)씨가 1990년대 말 고향인 장흥 근처에 정착할 곳을 찾다가 폐교가 된 도암북초등학교를 사들여 지었다. 처음에는 살림집만 지었는데, 정원으로 탈바꿈한 운동장 관리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 그것 벌충하려고 모텔을 세웠단다. 올 1월 1일 개관해 시설이 깨끗하다.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있으면 정자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도 있다.

비수기에는 2인 1실에 3만원. 지금은 4만원인데 다음주부터 3만5000원을 할지, 그냥 3만원을 받을지 고민 중이라고. 061-433-2136. www.amisan.net

권혁주.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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