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전염병처럼 번진 영화에 대한 관심. 일상적으로 영화를 '논 (論)'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복잡다단해진 젊은 시청자들의 입맛에 TV에서 방영하는 외화도 자유로울 수 없다.
매주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 가 끝나고 나면 방송사로 날아드는 숱한 항의, 항의. 방송사의 변명과 반론도 만만찮다.
◇ TV 영화에 왜 가위를 대나 = 8월12일 방영된 '20세기 레미제라블' (KBS1) 은 2시간57분짜리가 2시간10분으로 변신했다.
지난달 11일 방영된 '말콤 엑스' (KBS1) 는 3시간20분에서 40여 분을 잘렸다.
가위질의 이유는 편성 시간 때문이다.
보통 외화에 할당된 시간은 1백20~40분. 대개 주말영화는 밤11시가 넘어 시작되고 1시를 넘기면 문화관광부에 방송시간 연장신청을 해야 한다.
"연장을 해도 2시가 넘으면 곤란하다" 는 게 방송사 관계자의 설명. 따라서 3시간이 넘는 '대작' 은 설 땅이 없다.
명화를 튼다고 요란하게 선전은 하지만 정작 작품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 더빙은 싫다 = 성우들의 연기가 어색해 원작의 맛을 떨어뜨린다는 건 해묵은 불만. 여기에 외국어 학습 열기가 높아지면서 "자막을 넣어달라" 는 요구가 부쩍 늘고 있다.
방송사 입장은 확고하다.
"TV 외화 시청층은 젊은 층에서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영화 이해도 측면에서 더빙이 단연 자막을 앞선다. 원어를 즐기면서 자막까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 MBC 안광한 영화부장의 지적이다.
"자막은 글자 수 제한 때문에 대사의 전부를 소화할 수 없다" 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 등 뮤지컬은 예외다.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 한 작품도 가끔 자막처리한다. 방송사들이 선호하는 평균 15%대 시청률이 보장되는 '가족극장' 엔 당연히 더빙이 선택된다.
◇ '레터박스' 로 방영해달라 = 흔히 '시네마스코프' 라 부르는 극장 화면 비율을 안방극장에서 살려 달라는 건의다.
외국 위성방송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외화 수입할 때 레터박스로 출시된 LD를 사와 틀면 된다.
하지만 역시 방송사 입장은 부정적. KBS영상사업단 영화제작부 이영주 팀장은 "29인치 이하 TV에선 오히려 화면의 검은 부분이 시각적으로 불편할 수 있다" 고 말한다.
와이드TV가 보급되기 전까진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