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남북 입 맞춘 듯 유화 메시지…유씨·연안호 문제 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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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근로자·선원의 억류 등 꼬인 남북 관계를 푸는 돌파구로 ‘현정은 카드’가 떠올랐다. 제대로 풀릴 경우 근로자 송환은 물론 남북 관계의 돌파구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도 다음 주로 예정된 군사연습의 수위를 낮추는 등 모처럼 협상 테이블에 돌아온 북한을 다독이려는 분위기다.

현정은 회장은 경협 핵심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위급 인사인 데다 무대도 평양이라는 게 주목할 대목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이란 빅 이벤트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번 방북은 형식상 민간 기업의 대북 협의다. 하지만 정부와 긴밀히 교감해 와 사실상 남북 당국 간 간접 대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민간 신분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미국 여기자가 풀려난 상황도 정부의 발걸음을 빨라지게 만든 한 요인이다.

미국 기자는 풀어주면서 동족은 억류하느냐며 북에 대해 비판하는 남한 내 진보진영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북한 주민들을 다독일 대북 지원 확보를 염두에 두고 유화 제스처를 쓴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근로자 석방 등의 대가로 현대 측이 북에 건넬 보따리를 어느 선까지 허용할지도 고심하고 있다. ‘8·15 전 석방’에 전력투구한다는 데 공감은 하면서도 북한의 ‘막무가내식 억류’ 때마다 당근을 주는 식은 곤란하다는 점에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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